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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 전략 버렸나…상장 나선 쿠팡, 라이더 수수료 인하

김무연 기자I 2021.03.02 12:14:29

쿠팡, NYSE에 서류 제출… 4조원 자금 확보 계획
쿠팡이츠, 이날부터 기본 수수료 2500원으로 낮춰
쿠팡이츠 라이더들, 이날 하루 항의 휴무 진행
업계 “쿠팡이츠 시장 안착… 상장 두고 적자 전략 멈춘 듯”

쿠팡이츠 BI(사진=쿠팡)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경쟁사 대비 높은 수수료로 공격적인 확장을 해 온 쿠팡이츠가 배달 기본 수수료를 낮추면서 라이더들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뉴욕 증시 상장으로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충하려는 상황에서 라이더들의 수수료를 인하하는데 반감이 커지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라이더유니온 소속 쿠팡이츠 라이더(배달기사)들은 쿠팡의 배달 수수료 인하 조치에 반발하는 의미로 이날 하루 휴무를 진행하는 ‘쿠팡이츠 로그아웃 데이’를 진행한다. 쿠팡이츠는 이날부터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기본 수수료를 건당 3100원에서 2500원으로 600원 낮췄다. 현재 주요 배달 앱의 기본 수수료는 배달의민족이 3000원, 요기요가 3500원이다.

배달 수수료가 건당 수수료가 600원 줄어들면 하루 평균 10건 정도를 배달하는 라이더는 한달 약 20만원 안팎의 수익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라이더유니온 소속 라이더들은 오늘 하루 배달 휴무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라면서 “이외 소속 라이더가 아닌 사람들도 인터넷 카페 등에서 협의해 함께 휴무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배달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연 기자회견에서 ‘쿠팡이츠의 일방적인 배달 수수료 삭감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기본 수수로 인하, 공격적 확장에 제동걸 듯

쿠팡이츠는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내놓은 배달 서비스다. 배달 3~4건을 한 번에 수행하는 경쟁사와는 달리 쿠팡이츠는 라이더는 1건의 배달을 완료해야 다음 배달 콜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배달 시간이 30분 내로 단축돼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또한 서비스 초창기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배달 수수료를 높게 책정해 많은 라이더들이 쿠팡이츠로 몰리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쿠팡이츠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했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월 이용자수(MAU)는 지난해 1월 27만 명에서 12월 284만 명으로 약 10배 이상 급증했다. 서비스 지역 또한 대구, 광주 등 지방 대도시에서 경북 포항, 김천과 충북 청주 등 지방 도시까지 넓히고 있다.

다만 쿠팡이츠 확장에 원동력이었던 높은 배달 수수료가 깎이면 성장세도 꺾일 수밖에 없단 지적이 나온다. 쿠팡이츠가 빠른 배달을 위해 높은 수수료 정책을 폈고 라이더들도 경쟁사 배달 건을 2~3건 처리하는 것보다 쿠팡이츠 배달 1건을 처리하는 것을 선호했는데, 배달 수수료가 낮아진다면 굳이 쿠팡이츠 배달 콜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라이더유니온은 입장문을 통해 쿠팡이츠 라이더들은 여러 배달음식을 묶어서 배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배달 한 건당 2500원을 주면 최저임금도 벌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한 1인 1건의 배달 수행을 위해선 쿠팡이츠가 타사보다 더 많은 라이더가 필요한데 라이더들이 쿠팡이츠 배달 콜을 기피하게 되면 입점 점주들 또한 쿠팡이츠를 사용할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쿠팡 본사의 모습(사진=연합뉴스)


후발주자 전략 끝? 상장 앞두고 적자 폭 줄이기

특히 뉴욕 증시 상장으로 4조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에 나선 상황에서 배달 수수료 인하에 나선 쿠팡을 보는 시선은 차갑다. 쿠팡은 현지 시각으로 1일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 상장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서류에 따르면 쿠팡은 1억2000만주의 보통주를 주당 27~30달러의 공모가로 발행해 최대 36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 최저 배달 수수료를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2500원으로 낮춘 쿠팡을 부정적으로 보는 건 당연하다”라면서 “쿠팡은 배달료 인하 외에도 실시간 할증정책을 도입해 라이더들이 자신이 수행한 배달 수수료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이는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 경쟁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쿠팡이 상장에 나선 만큼 무리한 출혈 경쟁을 지속해 적자 폭을 늘릴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미 배달 앱 시장서 입지를 굳힌 상황에서 높은 수수료를 내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보단 일부 라이더의 이탈을 감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단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의 배달 수수료 인하는 과다 경쟁으로 너무 높게 형성됐던 가격을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라면서 “쿠팡이츠가 가격을 정상화하면 소비자 뿐만 아니라 라이더 역시 배달 수수료보다 배달 앱의 정책이나 시스템의 편의성 등에 따라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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