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 기업이 수평적 조직문화에 애쓰는 이유

김현아 기자I 2021.11.16 17:10:05

SK텔레콤, '담당님' 대신 영어이름 부르기 수평문화 캠페인
국내 최대 직접 고용기업 삼성도 직급 단순화 진행중
네이버, 현장과 소통강화 빠른 결정위주 조직체계 개편 예정
기업들 조직문화 혁신으로 유연성, 창의성 강조하는데
정치권 규제 만능주의 여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얼마 전, SK텔레콤 을지로 사옥(T타워)에 갔을 때의 일이다. ESG 추진담당을 만나려 했는데, 그의 방문 앞에는 ‘Oh! my Juno 담당님이 아닌 juno로 불러주세요!’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SK텔레콤 수평문화 캠페인의 일환이라는데, 이름이 준호인 ESG 추진담당(과거 기준 부사장)은 “(이름과 비슷한) 주노(juno)가 아닌 다른 이름을 붙일 걸 그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처럼 직책을 없애거나 단순화하고 업무별로 수평적인 사내 문화를 가져가는 것은 SK텔레콤만이 아니다.

무려 11만 4373명을 직접 고용(2021년 3분기 기준)해 국내 최대 고용 기업임을 재확인한 삼성전자나 국내 최고 소프트웨어(SW)기업인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10만 8998명)보다 5375명 증가한 11만 4373명의 일자리를 책임졌다. 이달 말 대대적인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현 4단계(CL1~CL4) 직급보다 단순화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견줄만한 국내 ICT 대표 주자인 네이버도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올인한다. 네이버는 내일(17일) 이사회를 열고 현장에서의 혁신과 소통이 더 빠르고 활발해지는 방향으로 네이버의 조직체계를 바꾸는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6월 시작된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4명의 CXO 체제(한성숙 CEO(대표이사), 박상진 CFO(최고재무책임자), 채선주 CCO(최고소통책임자), 최인혁 COO(최고운영책임자))에서 벗어나 어떤 지도력을 구축할지 관심이다.인터넷 관문국에서 연결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커머스 등 생활플랫폼으로, AI·로봇 회사로 변신하는 와중에 새 CEO로 40세 하버드 로스쿨 출신 최수연 글로벌 사업지원부 책임 리더가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유연성·자발성 무기로 글로벌 경쟁 의도

이처럼 SK텔레콤, 삼성전자, 네이버가 수평문화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뭘까.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글로벌 단위로 진행되는 경쟁의 넓이와 깊이가 만만찮기에, 평범한 방식으로는 이기는 게 쉽지 않고, 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상명하복식 문화나 성실성 유지보다는 유연함과 창의성, 자발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등은 직원 평가등급(상대평가)을 없애고 절대평가 제도를 도입하거나 1:1 코칭세션이나 성장대화 같은 다른 제도를 운영 중이다.

정치권, 입법 효과 분석없이 규제 남발

하지만, 기업들이 목숨 거는 조직문화 혁신 의지는 정치권의 문법과는 너무나 차이가 난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내부 조직구조를 유연화해 창의성이나 기업가 정신을 키우겠다는 것인데, 정치권에선 ‘공공이 (시장의 감시자가 아니라) 참여자로 들어와야 한다’든지, ‘(미래의 원유라고 할 수 있는)데이터는 수집한 기업 것이 아니다’라든 지 하는 말로 혁신 기업들을 겁박한다.

이런 이야기는 사실, 현 정부 출범 이후 ICT 분야의 규제법안이 범람했던 현실과 다르지 않다. 경인교육대 입법학센터가 조사한 ‘20대 국회 ICT분야 입법활동 연구’에 따르면, 20대 국회 ICT 입법활동은 입법 효과나 체계적 분석 없이 규제 입법이 남발됐다.

보고서는 미래 먹을거리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상시적인 입법영향평가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내년에는 우리 사회에서 규제만능주의가 사라질까. 일자리를 책임질 기업들은 나는데, 정치권은 뛰기는 커녕 반대로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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