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짓는다더니 땅 투기…1년도 못돼 매매차익 38억 남겨

정다슬 기자I 2021.02.23 14:00:00

땅 투기에 악용된 농업법인, 감사결과 밝혀져
감사원 "법인 해산시키고 농지법 따라 고발해야" 통보

[사진=이미지투데이]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농업의 활성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농업법인이 땅 투기에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관할 시·군·구는 법인 해산 청구 등 적정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정기감사에서 35개 농업법인이 2017~2019년 부동산 매매업 등 비목적 사업만을 수행한 것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법인등기부등본 상 설립목적에 부동산 관련 사업 등 비목적 사업을 실시한 것으로 돼 있는 482개 농업법인을 대상으로 매출액 자료를 검토한 결과 나온 것이다.

농지법상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농지를 취득하려는 자는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고 시·구·읍·면의 장은 허위사실을 기재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증명서를 발급된 경우, 신청인을 고발해야 한다.

감사원은 적발된 35개 농업법인 중 부동산 매매업을 영위한 16개 농업법인을 대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서 허위 기재 여부를 점검했다. 특히 이들 법인이 농지를 취득한 후 취득일부터 1년 이내에 단기 매도해 수익을 얻었는지, 직불금이나 유기질 비료 관련 보조금을 신청·수령했는 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6개 법인에서 농지법 위반 혐의가 발견됐다.

부산광역시 연제구에 소재하는 A농업법인의 경우, 하동군 소재 농지 16필지를 매수 당일 매도하거나 길게는 147일 동안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고 보유만 하는 형식으로 6억 29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목포시에 소재하는 농업법인 B주식회사 등 4개 농업법인은 평택시로부터부터 허위로 작성된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아 21필지의 농지를 매수, 짧게는 7일 길게는 246일 동안 보유만 하다가 매도해 38억 26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군산시에 소재한 농업법인 유한회사 C 역시 부안군 농지를 취득하기 위해 대파를 재배한다는 명목으로 농지취득자격증서를 발급받았다. 그러나 C법인은 이 토지를 고작 28일 보유하다가 매매차익을 1억 1800만원 남기고 팔았다.

감사원은 비목적 사업을 영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35개 농업법인을 해산시킬 것을 지자체장에 요구하라고 농식품부 장관에 통보했다. 또 하동군수·평택시장·부안군수에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은 법인들을 농지법에 근거해 고발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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