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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원' 인텔, 1.4나노로 위협…삼성, 인텔 누르고 TSMC 잡을 묘책은

최영지 기자I 2024.02.22 16:02:22

인텔, MS 고객사 영입…올해 1.8나노 양산 계획
팻 겔싱어 "2030년 삼성전자 제치고 2위 목표"
"삼성, GAA 경험·노하우 보유…PPA 구현집중"
"美보조금 최대 확보…1나노급 기술개발 나서야"

[이데일리 최영지 김응열 기자]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하겠다는 비전과 그 자신감이 허황돼 보이진 않는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이제 초격차 기술 개발뿐이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 겸 서울대 명예교수)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텔, ‘2027년 1.4나노’ 청사진…“삼성·TSMC 추격”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 인텔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비전 발표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차세대 초미세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서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 등에 넘어간 파운드리 주도권을 찾겠다는 것이다. 파운드리 시장 2위인 삼성전자 입장에선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 것은 물론 인텔과의 격차를 늘려야 하는 만큼 기술 초격차 수성, 파운드리 생태계 확대 등 과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인텔은 첨단 반도체 공정인 1.8나노급 공정의 첫 대형 고객사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영입하며 올 연말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내년 2나노급 공정 양산을 목표로 하는 TSMC와 삼성전자를 앞지르겠다는 뜻이다. 인텔은 1.8나노 공정을 통해 MS가 지난해 발표한 AI칩 ‘마이아’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2027년 14A(옹스트롬·1A는 0.1나노) 공정을 양산해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업계 2위가 되겠다”고 말했다. 2027년 도입하겠다는 1.4나노 공정의 경우 삼성전자의 도입 목표 시점과 같아 기술 경쟁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인텔의 발표에서는 설계부터 테스트까지 반도체 생산 과정을 모듈처럼 나눠 고객사에 제공하는 ‘시스템스 파운드리’에 이목이 모아졌다. 예컨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설계와 양산, 패키징을 여러 업체가 분담하고 있는 것과 같다. 김형준 교수는 “이는 최고 성능의 슈퍼 칩을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와 TSMC 등 파운드리 업체들도 지향하고 있는 것”이라며 “(인텔의) 올해 말 1.8나노 양산은 곤란할 것 같고 시제품 개발 정도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지난 2019년 4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선포식’에서‘ 반도체 비전 2030’의 내용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 기술 초격차가 해답…GAA 우위 선점해야”

인텔의 이번 자체 행사에는 사티아 나델라 MS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잠재 고객사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미국 기업과 정부가 인텔의 파운드리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러몬도 장관은 “미국에서 반도체 생태계가 활성화하고 더 많은 반도체가 생산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가 인텔에 지급하는 정부 보조금은 100억달러 이상이다. 업계에선 반도체법 시행 이후 인텔에 지원하는 규모가 전체 반도체기업 중 가장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국 팹리스가 많은 만큼 인텔 입장에선 정부 지원을 토대로 이들 팹리스 다수를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다. TSMC보다 적은 팹리스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위협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연구부원장도 “인텔이 기술력을 선보인다면 메타 등 주요 미국 팹리스가 굳이 한국이나 대만을 찾을까 싶다”며 “인텔이 MS 물량을 양산하고 실력을 검증받는다면 삼성에겐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결국 삼성전자가 인텔을 누르고 TSMC를 잡을 방법은 기술력”이라며 “삼성전자는 인텔이 도입하겠다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이미 3나노에서부터 적용하고 있으니 경험과 노하우가 더 많다”고 했다. 또 “결국 고객사 확보를 위해 중요한 것은 PPA(소비전력·성능·면적)이며 기술력과 파운드리 생태계 확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인텔의 비전 발표만으로 실제 기술력을 가늠할 수 없다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전을 뒷받침하는 제품이 없다는 게 인텔의 현실”이라며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고 하더라고 팹리스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사업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전자가 더욱 공격적으로 선단 공정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 역시 나왔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TSMC와 인텔 사이에서 껴 있는 샌드위치 상황”이라며 “미국에 최대한 보조금을 많이 받고 1나노급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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