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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민·김민기·김병주·홍영표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당선인은 국민과의 소통을 이유로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해놓고, 현실적인 어려움이 생기자 아무런 계획도 없이 용산 국방부로 청와대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황당한 선택지를 해법인 양 내놓고 있다”며 “아집을 버리고 국민을 기만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북한의 도발이 가장 큰 지금 시기에 청와대를 국방부로 이전하겠다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다”라고 지적했다.
윤 당선 측에 따르면 윤 당선인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당초 윤 당선자가 후보 시절 약속했던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지키겠다는 차원인데 경호·보안·비용 등 문제를 감안해 용산 국방부 청사가 떠올랐다. 윤 당선인은 지금의 청와대 밖으로 나온다는 의지는 명확히 한 상태다.
윤 당선인 측은 용산 국방부 청사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비교하면 주변에 고층 건물이나 지하 주차장, 집회·시위가 가능한 광장이 없어 경호·보안상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을 내세웠다. 또 용산 미군기지 부지가 조만간 대규모 공원으로 탈바꿈할 경우 미국 백악관처럼 집무실 바로 앞까지 일반 국민이 다가설 수 있도록 공간을 재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소통은커녕 단절의 벽만 더 높아질 뿐이거니와 갑작스러운 이전 준비로 안보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국방위원회는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로 이전하게 되면 현재 국방부 내에서 임무를 잘 수행하는 사이버사령부, 시설본부, 국방부 근무지원단 등이 모든 업무를 중지하고 3월 말까지 이사를 해야 한다. 일부 부대에서는 갑작스런 부대 이전 준비로 야근을 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 경호를 위한 조치로 지역 상공은 철저한 통제 대상이 되고, 5층 이상의 건축이 불가능해 재개발·재건축 중단 등 인근 주민에 피해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청와대 집무실 졸속 이전 추진은 전형적인 대통령발 ‘갑질’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국방위원회는 “윤석열 인수위에서는 국방부에 3월 말까지 국방부 건물을 비워주고 4월 한 달간 리모델링하고 5월에 입주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3월 말이면 고작 10일 후”라고 지적했다.
◇“풍수가 자문”, “수천 억원 예산”,“안보 의식 의심” 맹폭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도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일설에는 풍수가의 자문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며 “용산 땅은 대한민국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다. 대통령이 꼭 청나라 군대,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곳에 가야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국방부가 있는 용산 지역에는 국방부뿐 아니라 합참·경비부대 등 군사시설이 많다”며 “우리 국방·안보에 커다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합참, 경비부대, 사이버사령부 등 보안시설을 아무 데나 계획 없이 빨리 빼라고 하는 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의원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국방부는 일종의 전쟁지휘소와 같은 개념이고 국방부 하나만의 이전이 아니다”라며 “국방부가 이전하게 되면 합참이나 그 주변시설이 연쇄적으로 이동해야 한다. 국방부 내에는 고도의 전략자산들이 있는데 그런 것을 다 이전하려면 수천 억원 가까운 예산이 든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집무실을 현재 청와대에서 이전한다는 건 국민과 소통을 위한 건데 국방부 부지는 소통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주객이 전도됐다”고 비판했다.
안민석 의원도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청와대가 구중궁궐이란 이유로 이동하겠다는건데 국방부 청사는 더 구중궁궐” 이라며 “기존의 국방부 공간을 대통령이나 참모들에게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안 의원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윤 당선자의 안보 의식이 의심된다”며 “국방부 핵심의 방을 빼고서 자신들이 차지하겠다는 건 점령군의 오만에서 비롯된 발상”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