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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지원하랬더니 지인 지원…한국벤처투자, 주먹구구식 심사

정다슬 기자I 2021.04.16 19:58:51

감사원 '중소벤처기업부 펀드 출자사업 운용실태' 감사
조강래 당시 한국벤처투자 대표 당시
출자심의회 외부위원 12명 중 8명이 지인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의 펀드를 관리하는 한국벤처투자가 대표와 친분이 있는 출자심의위원을 선정하고 평가점수와 무관하게 대표와 동기동창인 운용사에 출자금을 배정하는 등 출자심의를 사실상 멋대로 해왔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이 16일 발표한 ‘중소벤처기업부의 펀드 출자사업 운용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2017년 4차 산업혁명 분야에 투자할 자펀드 운용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A사에 가장 많은 출자금을 배정했다. A사의 창립자이자 회장은 조강래 당시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의 고교 동창이다.

문제는 출자심의회에서 A사의 최종 순위가 8위였다는 것이다. 제일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요청액(700억원)의 50%인 350억원을 배정받는데 그쳤다. 반면 최종 순위가 8위인 A사는 요청액(685억원)의 75%인 500억원이 배정됐다.

2017년 운용계획 및 출자관리지침은 동일분야의 최종점수가 높은 순으로 예산을 배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출자심의회의 운용사 선정과 출자금 배정 등의 업무를 담당한 본부장 B씨는 출자심의회 위원들에게 평가점수와 상관없이 출자액을 조정할 권한이 있다고 설명한 뒤 자조합의 결성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결성가능성은 이미 1·2차 심의 평가항목으로서 이미 최종점수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출자금을 배정할 때 이를 다시 고려하는 것은 심의 평가항목, 배점 범위 등을 세부적으로 규정한 취지에 어긋난다”며 “아울러 A사는 결성가능성 평가에서 1차 심의에서는 4점 만점에 3점, 2차 심의에서 12개 중 7번째에 해당해 결성가능성이 다른 운용사에 비해 높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출자심의회의 공정성 역시 의심됐다. 4차 산업혁명 분야 출자심의회 참석위원 구성을 확인한 결과, 외부위원 2명 역시 조 대표와 동기동창인 변호사와 후배인 회계사였다. 3명이 학연으로 엮어 있는 인물인 셈이다.

감사원이 출자심의회 외부위원 구성과정을 살펴본 결과 2017년 3월 위촉된 신규 외부위원 12명 중 5명이 조 당시 대표의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고 1명은 지인이었으며 나머지 2명은 조 대표와 함께 투자증권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나머지 2명은 본부장 B씨가 추천한 사람이었다. 나머지 2명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추천을 받은 이였다.

한국벤처투자는 이외에도 조성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투자금을 주목적 투자비율로 그대로 인정해 투자금을 부적절하게 집행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에게 출자심의위원의 제척·회피 요건을 관련규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이해상충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도록 하는 동시에 관련 규정을 위반해 출자금을 배정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라고 촉구했다.

또 모태펀드 자금이 투자목적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사용률을 고려해 추가 실사를 수행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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