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시멘트용 폐기물 중금속 측정 정상화 ‘첫발’...공기배합도 등 과제도

유진희 기자I 2024.02.19 17:18:44

시멘트 공장 오염물질 측정, 정부 관리로 전환
자가 측정하던 총탄화수소 환경부 실시간 관리
2009년 규제 강화 발표 후, 15년 만에 개선
환경과학원 공기배합도 10% 강화 필요 의견도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시멘트 공장 사용 폐기물의 중금속 측정이 정상화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그간 정부는 시멘트 공장 사용 폐기물 중금속 측정을 업체의 자율에 맡겨 형평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09년 환경부 발표 THC 강화 대책.


시멘트용 폐기물 중금속 측정 한국환경공단 직접 조사

19일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폐기물의 중금속 측정이 한국환경공단의 법정검사로 전환된다. 그동안 시멘트 공장 자율에 맡겨 검사해왔다. 기존 자원순환 업계와 시멘트 업계가 균형 발전 논의를 한 결과다.

일환으로 올해 상반기부터 한국환경공단‧지방자치단체가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하반기부터는 시멘트 공장 반입 폐기물 중금속 검사 등을 법정 검사하는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된다.

이와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업계 및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등과 협의해 합리적인 시멘트 제품 유해성 관리 방안도 검토된다.

환경부가 2009년에 시멘트 공장에 반입되는 폐기물로 인해 발생 되는 미세먼지 오염 농도 측정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후, 15년 만에 개선안이 도입되는 셈이다. 당시 발표된 주요 개선 계획의 주요 내용은 시멘트공장 시설 여건상 측정 불가능한 일산화탄소 대신 대기 스모그 발생의 주요인인 총탄화수소(THC)를 관리 항목으로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와 함께 THC 대기오염배출 기준을 60ppm으로 2주 간격으로 자가측정 업체에 위탁 관리하도록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해외 선진국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담았다. 시멘트 공장 THC 항목을 소각 공정이 있는 타업계와 동일하게 굴뚝자동측정기기(일명, TMS) 전송의무 항목에 추가해 동등하게 관리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THC 60ppm 기준 신설 외에 별다른 후속조치 없이 사장됐다. 이번 환경부 조치에도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 환경기초시설업계, 국회 등의 항의가 빗발치자 뒤늦게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은 수십 년간 시멘트 공장으로 인한 주변 환경오염이 심각해 정부의 대책 촉구 요청은 물론 시멘트 공장들과 소송 등으로 맞서왔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한국의 THC 관리방법과 기준이 현격히 차이가 날 정도로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음에도 이조차 수십 년간 자가측정으로 관리하게 내버려뒀다는 것은 실로 어이없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결국,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에 젖어 15년간 업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관계자는 “이제라도 정부가 지역주민과 국민의 바람을 받아들여 THC를 굴뚝자동측정기기로 관리하는 제도개선에 착수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THC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 60ppm을 선진국 수준에 맞게 단계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약속은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어 반쪽짜리 행정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시멘트 소성로 대기 배출허용기준 개선방안 마련 연구’.


공기배합도 등도 정상화해야

업계에서는 환경부가 한발 더 나아가 공기배합도 등에 대한 규제도 정상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대기오염물질 감소를 위해 공기배합도를 13%(표준산소농도)에서 10%로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며 “국내 시멘트 공장의 13% 공기배합도는 유럽, 중국 기준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특혜를 받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환경기술사회 대기 전문가에 따르면 공기배합농도 1% 완화 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약 10% 증가한다. 공기배합비를 13%로 설정해줌으로써 우리나라 다수 시멘트 공장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은 유럽, 중국보다 30% 적게 배출된 것처럼 산정돼 왔다는 의미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관계자는 “국내 시멘트 업계가 이제라도 정부와 국민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사업장 관리체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환경부는 시멘트공장의 THC를 TMS로 관리하는 기준을 연내에 마무리 짓는 한편, 향후에는 THC 기준도 유럽과 동일하게 14ppm으로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기배합기준(표준산소농도) 또한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 결과에 근거해 조속한 시일 내에 10% 기준을 설정하는 제도개선을 통해 대기오염물질이 적게 배출되는 것처럼 보이는 눈가림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THC와 표준산소농도 기준 강화 등에 대한 환경부의 2009년 발표 미이행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을 질의할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감사청구도 고려하는 등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한 행동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