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딸 원치 않은 父 처벌불원서…대법 "성범죄 감경요소 안돼"

남궁민관 기자I 2020.09.24 12:00:00

아버지 신문배달 나간 새벽 옆집 이웃에 추행 당해
당시 12세 딸 대신해 아버지 합의·처벌불원서 제출
1심 이를 반영해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했지만
2심·대법 "딸의 진실 반영 안돼" 징역 3년 실형 확정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성추행을 당한 미성년자 딸을 대신해 아버지가 피의자와 합의를 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더라도, 여기에 딸의 진실한 의사표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면 이를 특별감경요소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이데일리DB)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강씨는 2015년 겨울 새벽 무렵 A양의 아버지 B씨가 신문배달로 집을 비운 사이 A양의 집을 찾아가 A양을 성추행했다. 당시 A양의 나이는 12세에 불과했다. 이에 더해 강씨는 며칠 후 새벽 A양의 집을 다시 찾아가 성추행하고, 급기야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끌고가 재차 성추행했다.

1심은 강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죄질이 좋지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강씨가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항소심은 1심 재판부의 판단과 달리하며 강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그 법정대리인이 피고인에 대해 밝힌 처벌불원 의사표시에 피해자 본인의 의사가 포함돼 있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여러 인정사실에 비춰 보면 처벌불원서에 기재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진실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피해자를 면담한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의 용서의 의사표시는 사건의 조기 종결을 바라는 주변의 압력을 의식해 이뤄진 것으로서 내심은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는 의사에 가깝다”며 “피해자 변호사가 처벌불원서 제출 후 작성한 의견서에서 일련의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가 반영됐거나 피해자의 이익이 우선시 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성적 발달 과정을 시작하기도 전인 아동 피해자를 상대로 파렴치한 범행이고,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열어갈 소중한 아동을 성적으로 유리하고 착취하는 성범행에 대해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이 다투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유무와는 크게 상관없이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역시 이같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는 동시에,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상고가 가능하다는 점 역시 지적하며 원심을 확정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