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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아닌 ‘네이밍’...유통家 이색 ‘상품명 열전’

박성의 기자I 2017.08.14 15:27:32

경쟁 격화에 독특한 상품명으로 승부
CU '대국민 상품명 공모전' 개최
이마트는 친근함, 신세계는 참신함 내세워
"질 좋아도 이름 무난해선 살아남기 어려워"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달라야 살아남고 몰라야 보람 있다.”

유통업계 한 마케팅담당자는 브랜드의 ‘네이밍’(이름짓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동종 업계의 경쟁상품과는 차별화하면서, 소비자에게는 생경한 느낌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뒤집어 말해 어디선가 들어 본듯한 이름을 내세워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유통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얘기다. 과거 상품의 적절한 출시 시기, 일명 ‘타이밍 싸움’에 목을 매던 온·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최근에는 네이밍으로 혈투를 벌이는 모양새다.

◇ CU는 ‘공모전’ 신세계는 ‘맞춤형’

CU 새우간편식 시리즈 (사진=CU)
유통가에서 네이밍에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편의점 CU다. 가정간편식(HMR) 제품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질(質)과 가격 경쟁이 한계점에 이르자, ‘이색 상품명’을 돌파구로 점찍은 것. CU가 선택한 방법은 공모전이다. CU는 대국민 상품명 짓기 프로젝트 ‘네 멋대로 지어라’를 통해 해외에서 직소싱한 ‘새우 간편식 시리즈’의 이름을 결정했다.

공모전은 지난 6월20일부터 SNS를 통해 약 2주 간 진행됐다. 경쟁 끝에 △도시락 ‘보통이 아니새우’ △김밥 ‘유부 위에 나 있새우’ △샌드위치 ‘세.젤.맛 새우’ △주먹밥 ‘한끼 뚝딱하새우’ △햄버거 ‘날 가지새우’가 각각 1위에 선정됐다. 수상작은 상품과의 적합성, 독창성, 재미 등의 요소에 따라 심사됐으며, 심사에는 BGF리테일에서 상품을 기획하고 있는 MD 70여 명이 참여했다.

김정훈 BGF리테일 간편식품팀장은 “상품명 공모전을 통해 재미와 함께 상품 특징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를 찾았다”며 “최근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간편식품의 이름을 고객들이 직접 짓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상품의 성격에 맞는 ‘맞춤형 네이밍’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마트는 보다 친근하고 부담 없는 브랜드명을, 최신 트렌드를 선도해야 하는 복합쇼핑몰 부문에서는 세련되고 독특한 브랜드 네임을 내걸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마트의 ‘수산목장’이다. 수산목장은 양식장을 뜻하는 말로, 이마트가 양식 수산물 대중화를 위해 양식장이라는 딱딱한 단어 대신 육지의 목장에 비유해 친근함을 담고자 한 표현이다. 이마트는 우수한 양식 어가를 발굴해 이마트 수산목장으로 지정, 양식 수산물을 주제로 한 대형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신세계는 남자들을 타깃으로 한 남성 전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하우디(howdy.)’를 오는 17일 스타필드 고양에 113㎡(34.2평) 규모로 오픈한다. 하우디는 ‘How Do You Do?’의 카우보이식 인사 ‘Howdy?’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오늘 뭐 새로운 것 없니?’라는 뜻이다. 하우디(howdy.)에 물음표가 아닌 마침표를 찍은 이유는 새로운 것을 찾는 물음에 하우디 편집숍이 답이라는 확신에 찬 대답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 지역이름 단 맥주 인기도 ‘껑충’

(사진=홈플러스)
주류업계에서는 해운대맥주와 강서맥주, 달서맥주 등 지역명을 딴 이름의 이른바 ‘지역맥주’가 인기다. 청와대 만찬 이후 지역맥주에 대한 관심도 대폭 늘었지만, 각 제품명으로 쓰인 지역에서 유독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 전국에서 해운대맥주가 가장 많이 팔린 홈플러스 점포 10곳 중 9곳이 부산·경남지역에 몰려있다. 지난 6월 강서맥주의 서울지역 판매량도 전국 평균의 약 2.4배로 타 지역보다 월등히 높았다. 업계에서 지역맥주가 ‘이름값’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 경쟁력이나 상품 출시 시기만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시장이 과열돼 있다”며 “무조건 독특하고 튀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닌, 각 브랜드가 노리는 ‘타깃’이 선호할만한 이름이어야 한다. 제품의 질이 좋아도 상품명이 무난해서는 경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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