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긴축 않겠다"…비둘기 파월, 산타 랠리 부를까

김정남 기자I 2022.12.01 15:49:57

"긴축 속도조절' 파월, 예상밖 비둘기 모드
12월 50bp 인상 시사…'산타 랠리' 기대감
불확실성 여전…임금 인플레 우려한 파월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과잉 긴축은 원하지 않는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예상 밖 비둘기 모드를 보였다. 당장 12월부터 긴축 속도도절에 나서겠다는 점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동시에 금리를 너무 많이 올리지는 않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일단 5% 초중반대의 최종금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시장은 벌써부터 산타 랠리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악재도 여전하다. 파월 의장은 임금 인플레이션 등을 거론하면서 당분간 긴축 기조는 이어갈 것임을 강조했다.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서는 “너무 빠르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브루킹스연구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12월부터 금리 인상 속도 늦출듯

파월 의장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브루킹스연구소 연설과 질의응답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타당하다”며 “그 시점은 12월 회의가 열리자마자 곧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75bp(1bp=0.01%포인트)가 아닌 50bp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시장은 연준이 12월 50bp 금리를 올릴 확률을 79.4%로 보고 있다. 전날(66.3%)보다 큰 폭 뛰었다.

파월 의장은 또 “지금까지 굉장히 공격적으로 긴축을 했다”며 “금리를 계속 급격하게 올려 침체를 유발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년간 (강경 긴축으로 인해) 연착륙의 길이 좁아졌다”면서도 “연착륙은 여전히 달성 가능하고 그것을 위한 길이 있다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의 이번 브루킹스 발언이 매파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올해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과 같은 초강경 매파 충격은 없었고, 시장은 위험자산 투자 선호 심리가 빠르게 살아났다. 특히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파월 의장이 연설을 시작한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급등해 하루 만에 4.41% 폭등했다. 애플(4.86%), 마이크로소프트(6.16%), 아마존(4.46%), 알파벳(구글 모회사·6.30%), 메타(페이스북 모회사·7.89%) 등 시가총액 규모가 큰 빅테크 대부분이 4~7%대 치솟았다.

파월 의장은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최종금리 수준을 두고서는 “9월 예상보다 더 높아야 할 것 같다”는 정도로만 언급했다. 연준이 9월 경제전망을 통해 내놓은 내년 금리 예상치는 4.6%다. 그는 “어느 정도 최종금리에 대한 생각은 있지만 다시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과잉 긴축을 않겠다’는 언급을 했다는 점에서 현재 염두에 두는 최종금리는 5% 초중반대, 즉 5.25% 안팎일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시장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때아닌 산타 랠리(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과 연초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 기대감이 커지는 기류다. 스티펠의 린제이 피에그자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은 11월 FOMC 기자회견 발언보다 더 비둘기파적인 기조를 취했다”고 했다. 트레이드스테이션그룹의 데이비드 러셀 시장담당 부사장은 “파월 의장은 월가에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여전한 임금 인플레 우려한 파월

다만 파월 의장의 말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그는 이날 발언 내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근래 인플레이션 지표가 둔화 조짐을 보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 번 물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영구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고 경계했다.

파월 의장은 특히 “노동시장의 (수요과 공급의) 균형이 맞으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최근 임금 상승률은 연준 물가 목표치인 2%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1월 민간 부문의 임금은 1년 전보다 7.6% 올랐다. 전월(7.7%)과 비슷한 높은 수준이다. 임금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가 여전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파월 의장은 “기업이 고용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면 일부 상품 가격과 집세의 하락은 물가를 잡는데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상 속도는 12월부터 조절할 수 있지만, 그 (긴축 속도조절) 시기는 높은 금리를 얼마나 지속할 지보다 덜 중요하다”며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금리는 당분간 긴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역사는 통화정책을 너무 빨리 완화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강력하게 경고한다”며 “우리는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그 과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당초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고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5% 초중반대 최종금리를 암시하면서도 아직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이날 경제전망 웹캐스트에서 △평소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 △높은 금리 △낮은 금리 △재정 부양 여력 축소 등을 거론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실질 성장에 기반을 둔 경제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며 “경제 전반에서 (특정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감이 많은 시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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