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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조선 먹거리’ 메탄올 추진선, 韓·中 수주 경쟁 격화

박순엽 기자I 2023.09.11 16:44:05

中 조선업계, 메탄올 연료 추진선 수주 잇따라
자국 운송 수요에 더해 메탄올 공급망 등 활용
韓 조선사, ‘메탄올 추진 컨선’ 절반 이상 수주
“기술력 차이 크다…초격차 기술로 시장 주도”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한국과 중국 조선업계가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는 메탄올 연료 추진선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메탄올 추진선은 대체 연료 선박 중 하나로 기존 석유계 연료를 사용했을 때와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25%,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은 80%, 99%까지 줄일 수 있어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주요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덴마크 선사 머스크(Maersk)의 메탄올 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사진=머스크)
11일 외신 등에 따르면 브라질 광산 기업인 발레(Vale)는 메탄올 추진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을 최대 12척 신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최근 운항 선사로 한국의 HMM·팬오션 등 해운사 네 곳을 선정했다. 다만 발레는 해당 프로젝트에 쓰이는 선박을 양쯔장조선·헝리중공업 등 중국 조선소에 모두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조선사들은 이처럼 최근 메탄올 연료 추진선을 집중적으로 수주하는 등 한국 조선사 추격에 나섰다. 자국 운송 수요는 물론 석탄 기반의 메탄올 공급망을 활용해 글로벌 대형 선사로부터 수주를 연이어 따내고 있다. 지난 2분기엔 메탄올 추진 9000TEU(1TEU는 6m여 길이 컨테이너 1개)급 대형 컨테이너선 12척 모두를 중국 업체가 수주했다.

업계에선 중국 국영선사 코스코(COSCO)와 동맹관계에 있는 프랑스 선사 CGM CGM의 발주뿐만 아니라 중국과 그동안 메탄올 연료 추진선 거래가 없던 덴마크 선사 머스크(Maersk)가 발주한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머스크가 중국에 발주한 9000TEU급 메탄올 추진 대형 컨테이너선은 그동안 모두 HD한국조선해양이 수주, 건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사들은 저렴한 선박 가격뿐만 아니라 탄탄한 메탄올 공급망을 앞세우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메탄올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국가다. 머스크는 지난해 연간 80만톤(t)에 이르는 연료용 친환경 메탄올을 확보하고자 데보에너지·CIMC·그린테크놀로지뱅크 등 중국 3개 메탄올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HD현대가 독자 개발한 메탄올 중형엔진 ‘힘센엔진’.(사진=HD한국조선해양)
그러나 한국 조선업계는 여전히 현재까지 발주된 117척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가운데 절반 이상인 61척을 수주하는 등 메탄올 연료 추진선 시장에서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까지 HD한국조선해양이 43척, 삼성중공업이 16척, HJ중공업이 2척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다.

특히 중국과는 메탄올 연료 추진선에 들어가는 엔진 기술력 차이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대형 컨테이너선에 쓰일 메탄올 엔진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도 HD현대중공업과 HSD엔진뿐이라고 평가된다. 앞서 HSD엔진은 지난달 30일 삼성중공업에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6척에 들어갈 메인 엔진을 공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초격차 기술을 앞세워 메탄올 연료 추진선 시장을 장악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HD현대는 영국·노르웨이 선급과 도장 전문인력 수급 문제를 해소하고 시공 능률을 높이고자 기존 도료를 대체할 수 있는 고내화학성 도료의 메탄올 연료탱크 적용 기술을 개발하는 데 나섰다. 한화오션도 암모니아·메탄올·수소 기반 ‘친환경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탄소중립과 관련한 글로벌 조선 시장은 불확실한 측면이 커서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신조선 발주에서 단순히 조선사 경쟁력만을 고려하기보다는 복잡한 협력과 이해관계를 따질 수 있다”며 “미래 시장을 위해 국가적 경쟁력을 총동원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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