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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각본 이재명이 짰다” 녹음 들은 검찰…李 소환은 언제하나?

이배운 기자I 2022.05.13 15:55:47

정영학 녹취록, 李 역할 거론…檢 9개월째 李 조사 없어
李 국회의원 출마…불체포특권으로 檢 수사 회피할 듯
‘윗선’규명 기회 이미 놓쳤나…김오수 檢 책임론 불가피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사건의 ‘윗선’은 여전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연루 정황이 드러난 ‘정영학 녹취록’을 입수하고도 정권의 눈치를 살피다 단 한 번도 이 전 지사를 소환하지 않은 채 진상 규명의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13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깡시장 고객쉼터에서 열린 민생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이날 대장동 의혹 핵심 관계자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4명에 대한 29번째 공판을 개최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열린 24차 공판부터 지금까지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 파일을 재생해 증거로 조사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총 30시간 분량으로 알려진 해당 녹음 파일에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 등이 성남시의회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보이는 발언들이 등장한다. 아울러 당시 성남시장이자 대장동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재명 전 지사의 이름도 수차례 거론된다.

2012년 9월 7일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대화 녹음에서 남 변호사는 “이 모든 각을 유동규, 이재명, 최윤길 세 사람이 처음부터 각본 짜서 진행한 것이라고 하더라”라며 “시의회에서 짜고 반대하고 이재명 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을 민관 합동 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는 데 이 전 지사와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 등과 모종의 협의가 있었다는 언급으로 해석된다.

또 2013년 4월 17일자 녹음 파일에서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유동규가) 원하는 대로 해줄 테니까 어떤 방법이든 본인하고 협의하자고 했다”며 “‘우리(성남시)는 많아야 1000억 원에서 1500억 원 정도만 빼서 나오면 된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유동규가) 적당히 시장님을 설득할 거다”고 덧붙였다. 이 전 지사의 ‘측근’으로 꼽히던 유 전 본부장이 범행에 가담한 정황이라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이 밖에도 최근 공판에서는 남 변호사의 “(대장동 사업은) 4000억 원짜리 도둑질” 발언 등 대장동 일당이 초기부터 사업의 불법성과 예상 이득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성남시와 사전에 교감했음을 암시하는 발언들이 잇따라 공개됐다. 사업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전 지사가 사업 실태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해명이 설득력을 잃는 대목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하지만 검찰은 해당 녹음 파일을 지난해 9월에 확보하고도 이 전 지사를 단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았다. 법조계는 주요한 발언들에 대한 사실 확인 차원에서 이 전 지사를 불러 조사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당시 정권의 눈치를 살피던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회피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해 대장동 초기 수사 과정에서 핵심 증거로 지목된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제때 확보하지 못했고, 이와 관련해 거짓 해명까지 내놔 구설수에 올랐다. 또 핵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성남시장실에 대해 늑장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부실 수사 논란도 계속됐다. 이에 당시 야권은 친정부 성향이었던 김오수 전 검찰총장의 수사 의지에 불신을 표명하며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했지만, 특검 도입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과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은 이 같은 요구를 일축했다.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특수통’ 출신인 한동훈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전 정권 권력형 비리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 다시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전 지사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대장동 ‘윗선’ 수사 전망은 또다시 안갯속으로 빠지게 됐다. 이 전 지사가 국회의원직을 얻어 ‘불체포특권’이 적용되면 검찰의 출석 요구에 무제한 불응할 수 있어 수사 동력 상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 전 지사의 혐의를 명확하게 밝혀내더라도 국회의 동의 없이 의원 체포는 불가능하다. 국회의장은 체포 동의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칠 수 있지만 168석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동의안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아울러 이 전 지사는 수사·체포에 불응하며 시간을 끌고 결국 의혹은 ‘아랫선’을 붙잡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인 이헌 변호사는 “검찰은 기존에 확보한 증거들만으로 이 전 지사가 대장동 사업의 불법성을 인식하고 있었고, 간접적으로 지원을 했다는 점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이 전 지사를 소환하지 않은 것은 김 전 총장 등 친문(親文) 인사들이 법조계를 장악하고 있었던 정치적 상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로소 검찰은 정치적 압박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수사가 가능해졌지만, 이 전 지사는 불체포특권을 근거로 수사에 비협조하고 검찰이 ‘정치 보복’을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이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다가오는 22대 총선 등을 통해 엄중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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