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동산담보대출 1조 돌파‥개인이나 자영업자까지 대출허용

장순원 기자I 2019.07.17 14:30:00

최종구 위원장 시중은행장 불러 대출확대 당부

최종구 금융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다섯째)을 비롯한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금융위 제공)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1. A은행은 얼마전 한 농업회사법인에 가축(한우)를 담보로 39억원을 지원했다. 이 회사의 대표가 육우사업에 오랜 기간 종사한데다,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가 높다고 판단해서다.

2. B은행은 장난감 제조사의 신용대출을 심사하다 창고에 보관 중인 대규모 장난감 재고를 발견했다. 은행의 심사 담당자는 굳이 비싼 금리의 신용대출을 받는 대신 동산담보대출을 받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 결과적으로 이 기업은 18만여개의 장난감을 담보로 운전자금 4억원을 대출 받았다.

기술이나 설비나 재고자산을 맡기고 돈을 빌릴 수 있는 동산담보대출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인프라를 개선하고 은행권을 독려해 동산대출을 더 키울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6월말 기준 은행권에서 취급하는 동산담보대출 잔액이 1조원을 넘었다고 17일 밝혔다. 동산이나 채권담보가 6613억원, 지식재산권(IP) 담보가 4044억원 규모다. 정부의 활성화 대책이 나온 작년 7월 이후 신규공급액(IP 제외)은 5951억원으로 예년과 견줘 7~8배 수준이다. 올 한해 순수하게 공급된 동산담보는 5737억원(IP 포함)이다. 이 가운데 절반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맡았다.

동산담보대출이 늘어나면서 기업은 저금리 자금을 더 많이 쓸 수 있게 됐고 은행도 새 기술을 적용해 사후관리부담을 낮출 수 있었다는 게 금융위의 평가다. 실제 동산금융을 이용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금리가 최대 3.5%포인트 낮아졌고 대출한도도 50%가량 상향됐다.

하지만 동산담보대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전체 기업대출이 700조원에서 이제 겨우 1조원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동산담보대출이 전체 기업대출의 63% 수준이다.

정부는 동산담보대출이 본격 성장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동산·채권담보법을 개정해 다양한 기업의 자산을 하나로 묶어 담보가치를 높일 일괄담보제도를 도입하고, 개인과 개인사업자도 동산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기로 했다. 또 담보물을 고의로 훼손할 경우 처벌을 받도록 제재규정을 마련하고 은행이 부실화한 동산담보를 매각할 수 있도록 동산담보 회수지원기구도 내년쯤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동산담보 활성화 1년을 맞아 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활성화를 독려했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대한제국시절 은행이 당나귀 담보대추를 취급한 사례를 언급하며 “개척자 정신으로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을 위한 혁신금융을 확산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