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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도 놀란 유승민식 진보 경제관…여권 내홍 우려도

김정남 기자I 2015.04.08 16:16:23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중도·진보 경제관 피력
최경환식 성장론과 차이 커…"단기부양책 버려야"
野 호평 "명연설"…與 기조와 달라 실현여부 미지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외 없이 집권 초반의 경제성적표를 의식해 단기부양책의 유혹에 빠졌다. 이제 단기부양책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일가친척에게 돈벌이가 되는 구내식당까지 내주고 동네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끄러운 행태는 스스로 거둬야 한다.”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 이제 우리 정치권은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유승민식’ 진보 경제철학에 야당도 흠칫 놀랐다. 새누리당 특유의 정통보수 기조에서 한참 ‘좌클릭’한 내용을, 입법을 책임지는 당 원내대표가 공식적으로 밝혀서다. 경제학자 출신인 유승민 원내대표는 성장·복지·세금·재벌·연금·보육·실업·저출산·가계부채·과학기술 등 경제 전반을 두고 담담하게 소신을 피력했다.

다만 박근혜정부와 정면으로 각을 세운 언급도 상당해 여권 전반의 지지를 받을 지는 미지수다. 큰 선거를 앞두고 경제 좌클릭을 통한 ‘중도층 표심잡기’ 시각도 있다.

◇최경환식 성장론과 차이 커…“단기부양책 버려야”

유승민 원내대표의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주목할 점은 ‘최경환식’ 성장론과 그 결이 확연히 다르다는 게 첫 손에 꼽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도한, 확장재정을 통한 단기부양책을 두고 “과감히 버려야 한다”, “다시는 끄집어내지 말아야 한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유 원내대표는 “성장잠재력 자체가 약해져 저성장이 고착화된 경제에서 국가재정을 동원해 단기부양책을 쓰는 것은 성장효과도 없이 재정건전성만 해칠 뿐이라는 KDI의 경고를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원내대표의 증세론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증세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면서도 세금과 복지에 대한 여야 합의기구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특히 법인세도 증세의 성역이 아님을 강조한 것은 박근혜정부의 조세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그의 비판에는 현 정부의 주요 경제기조인 ‘창조경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녹색성장과 4대강사업, 창조경제를 성장의 해법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134조5000억원의 (지난 대통령선거) 공약가계부를 더이상 지킬 수 없다”면서 “이 점에 대해서는 반성한다”고도 했다.

유 원내대표의 기업관(觀)도 최 부총리와 차이가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재벌 개혁까지 거론했다. 이에 반해 최 부총리는 대기업을 필두로 한 성장론에 더 가까이 있는 인사다. 유 원내대표는 최 부총리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회적경제’에 대해서도 입법 의지를 피력했다.

유 원내대표는 그간 보수주의자를 자임했다. 하지만 경제만큼은 중도 혹은 진보를 지향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그동안 ‘원조친박’ 계파에 가려 자신의 경제관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젠 경제학자 시절의 신념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예전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단골로 등장했던 특별위원회 신설 등 실효성이 높지 않은 계획들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차분하고 담담하게 경제 각론 전반의 방향만 제시했다. 그럼에도 야당에서는 “명연설”(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이라는 호평이 나왔다.

◇野 호평 “명연설”…與 기조와 달라 실현여부 미지수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박근혜정부의 기조는 물론 여권이 공유하는 보수 경제관과 워낙 차이가 크다보니, 내부의 지지를 받는 것부터가 숙제다. 오히려 정부·여당이 경제정책을 조율하면서 엇박자가 잇따를 수 있고, 이는 내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당내 일각에서도 “당을 대표한 교섭단체 대표연설 치고는 과격한 느낌이었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박완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이 국회 브리핑을 통해 “유 원내대표의 진단은 옳았지만 처방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말뿐이어서는 안 된다”고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도 “개인 의견이 아닌 당론으로 명확히 하는 책임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 등을 겨냥한 좌클릭 행보라는 시각도 엄연히 있다. 새정치연합의 경제정당론 ‘우클릭’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유 원내대표 자신의 브랜드 강화 포석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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