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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 코로나19 치료제'나파벨탄' 허가승인 불발 후폭풍

김지완 기자I 2021.03.18 15:02:23

주평가지표 결과 생략,발표하다 허가 불발 자초
코로나 대유행에 급하게 추진한 허가신청으로 뒷탈
나파벨탄 임상3상 전망놓고 엇갈려
종근당, 임상3상 통해 유효성 입증 자신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코로나 치료제 ‘나파벨탄’의 허가 승인이 불발된 후 종근당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나파벨탄이 임상2상에서 주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이를 밝히지 않고 ‘성공’으로만 대외에 알려온 종근당의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7일 나파벨탄이 코로나 치료제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이 약을 허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종근당(185750)은 러시아에서 104명의 코로나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상을 진행한 뒤 지난 8일 식약처에 코로나 치료제 조건부허가 신청을 냈다.

◇ 주평가지표 결과 생략한 채 발표하다 식약처 허가승인 불발 자초

이번 허가 불발은 아쉬움을 넘어 도덕적 해이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종근당이 지난 1월 임상결과 발표에서 주요평가지표 결과에 대한 언급을 생략한 채 고위험군의 치료 성과만 발표했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지난 1월 ‘나파벨탄 코로나19 치료효과 확인’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 고위험군 환자에서 표준치료군에 비해 약 2.9배 높은 치료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정반대로 나파벨탄을 평가했다. 식약처는 나파벨탄 임상2상을 평가 결과, 주평가지표인 임상적 개선 시간은 시험군(52명)과 대조군(50명) 모두 11일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바이러스 검사 결과가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되는 시간도 시험군과 대조군 모두 4일로 차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앞선 종근당 발표에선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다.

뒤늦게 니파벨탄 임상 주평가지표 결과를 접한 제약업계는 종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104명 임상 결과만 놓고 보면 열흘간 24시간 주삿바늘 꽂고 나파벨탄을 투약한 환자와 그렇지 않는 환자 사이에 차이가 없다”면서 “그런데 어떻게 임상 성공으로 발표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상기간 시험군은 나파벨탄을 투여했고 대조군엔 산소치료와 해열제 복용 등 기본 치료만 진행했다.

이같은 논란에 종근당 관계자는 “104명 임상자 전체로 봐선 투약군과 위약군 사이 유의미한 통계적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주요 평가지표 결과발표 배제한 게 아니라 36명의 고위험군 중증환자 결과를 강조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 코로나19 대유행에 급하게 추진한 허가신청으로 뒷탈

나파벨탄의 임상 주요 평가지표 미달에도 조건부 허가신청이란 무리수를 둔 종근당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전문가는 “임상에선 주요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하면 임상 실패로 본다”며 “전문의·임상통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검증자문단이 나파벨탄 임상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고 꼬집었다.

종근당 나파벨탄. [사진=종근당]


제약사 고위관계자는 “혁신신약 성공 확률은 1만분의 1, 약물재창출은 1000분의 1에 불과하다”며 “이런 통계를 고려했다면 종근당이 보다 신중을 기해 데이터 확보를 하고 결과를 철저히 검증한 뒤 허가절차를 진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허가를 담당하는 식약처 관계자들도 나파벨탄의 1·2차 평가지표 결과를 확인하고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종근당 측은 “팬데믹 상황에서 하루빨리 치료제를 내놓기 위해 조건부 허가신청을 낸 것”이라며 “고위험군 데이터가 적다는 이유로 허가가 불발될 것으로 생각지 못했다”고 답했다. 종근당은 나파벨탄 임상 데이터를 러시아로부터 받아 들고 검토를 거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자체 판단하고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신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 임상3상, 종근당 “성공자신” vs 제약업계 “면피성 3상”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파벨탄 임상 3상을 놓고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 8일 식약처에 나파베탄 임상3상 승인을 신청을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 2상이 실패했는데 3상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고 진단했다.

반면 종근당은 임상3상을 통해 나파벨탄의 코로나 치료 효과를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나파벨탄 임상 2상에서 고위험군 중증 환자로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면서 “임상 3상에선 임상설계 자체를 고위험군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주평가지표도 이에 맞추면 치료제 허가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종근당이 강조한 고위험군 중증 환자 치료 효과에 대해선 임상설계를 벗어난 결과라는 점을 들어 허가심사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나파벨탄이 임상 2상에서 효과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임상 설계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며 “나파벨탄이 쓸모없는 약이라면 왜 식약처가 먼저 나서 고위험군 임상3상 진행을 돕겠다고 밝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식약처는 전날 추후 나파벨탄의 3상 임상시험계획을 충실히 설계해 진행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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