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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리스크' 커지는 LG화학-SK이노, 극적 타결 가능성은

경계영 기자I 2020.10.27 14:53:04

최종 판결, 두 번째 연기로 불확실성↑
'조기 패소 판결' 유지 가능성 가장 커
협상 열어둔 양사, 막판 합의 전망도 제기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12월10일로 또 미뤘다. 벌써 두 번째 연기 결정이다. 최종 판결을 앞두고 소송 관련 불확실성이 연말까지로 연장된 데 따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합의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10월5일→10월26일→12월10일 미뤄진 최종 판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6일(현지시간) 지난해 4월 LG화학(051910)SK이노베이션(096770)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12월10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 5일 예정된 최종 판결일을 이날로 미뤘던 ITC는 다시 한번 더 6주 후로 일정을 연기했다. ITC 재판부는 구체적 연기 사유나 배경을 설명하진 않았다.

앞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직원을 대규모로 빼앗아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7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기술 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큰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하고 대법원의 ‘2년 전직금지 결정’을 이끌어낸 데 이어 ITC까지 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지난 2월 예비 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다. SK이노이노베이션은 이의를 제기하며 ITC에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했고 ITC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번 연기에 대해 LG화학은 “ITC 소송에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고, SK이노베이션은 “연기와 관계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고 각각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ITC 결정은 어떻게…시나리오는?

ITC는 오는 12월 내놓을 최종 판결 가능성은 크게 세 가지다. △예비 판결에서의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결정을 확정짓거나 △ITC가 추가 조사를 개시하거나 △조기 패소 판결 전면 재검토(Remand) 등이다.

지금으로서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예비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안이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 전례를 보더라도 예비 판결 결과가 뒤집어진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결과를 인정하되 미국 내 주·시 정부,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공청회 형식으로 수렴해 수입금지 조치를 별도로 결정하는 식으로 추가 조사를 개시할 수 있다. 혹은 희박하지만 ITC가 예비 판정을 뒤엎고 ‘전면 재검토’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ITC가 LG화학 손을 들어주더라도 미국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실제 2013년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ITC가 수입 금지조치를 내리자 미국 행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단 한 건 있다. 이렇게 되면 이들 소송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 넘어간다.



막판 합의 가능성도 거론

최종판결이 재차 미뤄지자, 양측 모두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연기 결정 직후 LG화학은 “경쟁사가 진정성을 갖고 소송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것이 일관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소송의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난 21일 ‘인터배터리 2020’에서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가 “대화 통로가 있다”며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대화를 지속하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물밑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으로선 합의가 시급하다. 예비 판정대로 패소 판결이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으로 배터리 부품 소재부터 셀, 모듈, 팩 일체를 수입할 수 없어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에서의 배터리 사업엔 큰 타격을 입는다. LG화학과 합의한다면 수입 금지 조치는 철회 가능하다. LG화학으로서도 합의에 응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업계는 본다. 배터리 사업 분할 등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배터리 소송이라는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것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 판결일까지 남은 45일은 협상을 위한 골든 타임이 될 수 있다”며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을 크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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