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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장비, '제2의 반도체' 배터리 진출 '후끈'

강경래 기자I 2019.08.21 16:03:08

탑엔지니어링, 잇단 배터리 장비 공급계약 체결
톱텍·씨아이에스 등 국내외서 배터리 장비 수주
AP시스템, 계열사 디이엔티와 관련 장비 추진 중
"배터리 공정 반도체와 유사, 진출 더 활발할 것"

LG화학 충북 오창 전기차 배터리 공장 내부 (제공=LG화학)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탑엔지니어링(065130)은 최근 배터리(2차전지) 장비 공급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국내 배터리 대기업으로부터 배터리를 조립하는 공정에 쓰이는 장비 등을 수주했다. 한 전자부품 업체와는 배터리팩 제조장비 납품계약을 맺었다. 탑엔지니어링은 그동안 디스플레이 장비 분야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특히 LCD(액정표시장치) 기판 위에 액정을 분사하는 디스펜서(액정분사장비) 분야에서는 글로벌 1위 자리를 이어왔다. 이어 배터리 장비에 진출, 그동안 디스플레이 장비 위주였던 사업구조를 배터리 등 다른 영역으로 확장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기업들 사이에서 최근 배터리 장비 분야로의 진출이 활발하다. 2차전지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 과정을 반복하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동안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을 중심으로 쓰였던 배터리는 최근 전기자동차 분야로 확장, ‘제2의 반도체’로 각광 받으며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추세다. 특히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은 반도체 공정과 유사하기 때문에 반도체 장비기업들이 관련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AP시스템(265520)은 계열사인 디이엔티(079810)와 함께 배터리 장비사업 진출을 추진 중이다. AP시스템은 배터리 양극과 음극에 알루미늄과 구리 탭을 붙이는 ‘탭 웰딩’ 장비, 디이엔티는 양극과 음극 소재를 적절한 길이로 자르는 ‘노칭’ 장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장비는 국내 유수 배터리 업체에 납품할 예정이다.

AP시스템은 봉지증착장비(인캡슐레이션)와 결정화장비(레이저어닐링), 탈부착장비(레이저리프트오프) 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 3종에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7142억원에 달했다. 계열사인 디이엔티 역시 디스플레이 검사장비(어레이테스터) 분야에서 선두 주자다.

톱텍(108230)은 최근 SK배터리아메리카에 배터리 장비를 공급한다고 공시했다. SK배터리아메리카는 SK이노베이션이 운영 중인 미국 조지아 배터리 제조법인이다. 톱텍은 앞서 우원기술과도 330억원 규모로 배터리 장비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톱텍은 그동안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기판을 이송하고 분류하는 공정자동화장비 분야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때문에 배터리 장비 역시 공정자동화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씨아이에스 역시 최근 스웨덴 노스볼트와 140억원 규모로 배터리 장비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노스볼트와 처음 배터리 장비를 거래한 데 이어 이번에 추가로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 이 회사는 양극재 도포장비(코터)와 함께 전극 밀도를 높이는 압연장비(캘린더) 등에 강하다.

이렇듯 반도체 장비기업들이 배터리 장비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최근 배터리 시장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배터리(리튬이온 기준) 시장이 2017년 330억달러(약 37조원)에서 오는 2025년 1490억달러(약 169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배터리 공장 증설 경쟁이 치열하다. LG화학은 중국 난징에 2조 1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2공장 건설에 나섰다. 삼성SDI는 약 1조 7000억원을 들여 중국 시안에 배터리 2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합작법인(BESK)을 통해 중국 창저우에 배터리 공장을 구축 중이다.

이렇듯 전방산업 대기업들이 일제히 배터리 공장 증설 투자에 나서면서 반도체 장비기업들 역시 관련 시장에 잇달아 진입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장비기업들 사이에선 공장 증설 움직임도 감지된다. 씨아이에스는 올해 4월 대구혁신도시 율암동에 대지면적 1만 2244㎡ 규모로 2공장을 준공했다. 이 회사는 2공장 가동으로 연간 3000억원까지 매출액을 올릴 수 있는 캐파(생산량)를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를 제조하는 과정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과 흡사해 관련 장비를 생산하던 업체들이 진출하기에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편”이라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이 최근 침체하면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배터리 장비 분야에 진입하는 장비기업 사례가 향후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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