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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홀스또메르' 상처처럼 되새기는 작품"

이윤정 기자I 2014.03.05 17:33:39

1997년 초연부터 5번째 같은 역
"늙어갈수록 연기 농익는 법…세세한 부분까지 표현"
30일까지 CGV신한카드아트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동 CGV신한카드아트홀에서 열린 연극 ‘톨스토이의 홀스또메르’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마케팅컴퍼니 아침).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어떻게 늙을 것인가. 중후하게 늙을 것인가 추하게 늙을 것인가.”

유인촌(63)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무대로 돌아왔다. 복귀작은 ‘톨스토이의 홀스또메르’. 톨스토이의 중편소설 ‘어느 말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이다. 공연에 앞서 서울 영등포동 CGV신한카드아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유인촌은 “‘홀스또메르’는 근본적으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며 “연극은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삶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사라지지 않는 상처처럼 되새겨볼 수 있는 작품이라 복귀작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톨스토이의 홀스또메르’는 한때 촉망받는 경주마였으나 지금은 늙고 병든 말의 입을 빌려 인생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하는 음악극이다. 말의 회상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며 산다는 것에 대한 깊은 통찰과 함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유인촌은 홀스또메르 역을 맡아 연기한다. 혈통 좋은 말이지만 몸에 있는 얼룩으로 인해 사랑에 실패하고 급기야는 거세까지 당하는 명마다.

유인촌에게 이 작품은 특별하다. 1997년 초연부터 함께했고 2000년과 20003년에도 같은 역할로 무대에 섰다. 그가 공직생활을 시작하기 전 2005년 마지막으로 섰던 무대도 ‘홀스또메르’였다. 벌써 다섯 번째 같은 역이다. 유인촌은 “초연 당시에는 제작비를 많이 들였음에도 흥행엔 실패했다”며 “‘홀스또메르’란 제목도 생소했고, 톨스토이의 작품을 처음 소개해서인지 관객들과 만나기가 어려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점차 관객들도 작품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연기에도 변화가 있었다. 유인촌은 “늙어갈수록 연기는 더 농익는 법”이라며 “예전에는 힘이 넘쳐서 문제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힘을 빼고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표현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무대는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가급적 그대로 전하기 위해서다. “고전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 항상 현대적으로 각색할 것인지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설령 원작이 너무 교육적이고 훈계 같은 느낌일지라도 가능하면 원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게 공연의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김관이 연출을 맡았다. 홀스또메르의 첫사랑 바조쁘리하와 서커스에서 맨발로 말 묘기를 보여주는 여인 마찌 역에는 이경미와 김선경이 출연한다. 러시아의 경기병인 세르홉스끼 공작 역은 김명수와 서태화가 캐스팅됐다. 30일까지 CGV신한카드아트홀에서 공연한다. 1588-0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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