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브릭스서 美제재 전면 비판…신냉전 기류(종합)

신정은 기자I 2022.06.23 16:21:26

중국·러 주도 '브릭스' 정상회의 막올려
G7 정상회의 앞두고 신냉전 기류
푸틴, 美 맞서 독자결제 시스템 제안
시진핑 "세계 경제 정치화…재앙 초래"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미국 등 서방국의 압박 속에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로 하는 브릭스(BRICS·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가 23일 열렸다. 중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를 비판하고 이에 맞선 대책을 논의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69)이 22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국가 비즈니스포럼 개막식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러, 브릭스판 스위프트 제안

이날 브릭스 정상회의에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회원국 정상이 참석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회의는 화상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2년 넘게 중국을 벗어나지 않았다.

브릭스 정상회의는 우크라 전쟁 이후 외교적으로 수세에 몰렸던 중국과 러시아 진영의 반격 무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정상회의가 끝난 후에는 26∼28일 독일에서 주요 7개국(G7·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라 신냉전 기류가 격화할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제재에 맞서 브릭스 회원국 간 독자결제시스템을 구축을 위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 당한 이후 SWIFT를 대체할 독자적 결제 시스템인 만들고 있는데, 이를 브릭스 회원국 은행과 연동하도록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브릭스 국가 비즈니스포럼 개막식 영상 기조연설에서 “서방은 시장 경제와 자유 무역, 사유재산의 불가침성에 대한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며 “브릭스 회원국들과 함께 신뢰할만한 대안적 국제결제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금융정보전달시스템’은 브릭스 회원국 은행과 연동될 수 있다”면서 “브릭스 통화에 기반한 국제적 기축통화 창설 가능성도 타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브릭스가 “세계 인구 30억명,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25%, 세계 무역의 20%,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35%를 차지하고 있다”며서 “회원국 간 협력과 단결을 통해 서방에 맞설 자체적인 경제권을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같은날 영상 기조연설을 통해 “제재는 부메랑이자 양날의 검이라는 점이 다시 입증됐다”며 “세계 경제를 정치화, 도구화, 무기화하고 국제 금융·화폐 시스템의 주도적 지위를 이용하는 자의적 제재는 자신을 해칠 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에 재앙을 초래한다”고 미국을 비판하고 러시아를 옹호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의 ‘달러 무기화’에 맞서 국가 간 통화결제 확대에 대한 브릭스 회원국 특히 러시아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면서 시 주석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시진핑 “달러화 지위 이용 제재는 재앙”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또 중국 주도로 브릭스의 외형 확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개방성, 포용성’을 내세워 브릭스를 확대하는 ‘브릭스 플러스(+)’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브릭스 확장을 제안한 것은 연합체가 만들어진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시 주석은 지난 15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 미국 주도의 협의체에 맞서 두 나라가 참여하는 다자 협의체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시 주석은 브릭스 회원국에 다른 신흥국과 개도국을 참여시킨 ‘브릭스 플러스’ 성격의 24일 ‘글로벌발전 고위급 대담회’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맞서 남태평양 도서국, 아프리카 국가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중립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인도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에 쉽사리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블룸버그는 전날 인도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어떤 공동성명도 중립을 지키게 할 것”이라며 “중국이 브릭스의 회원국을 늘리려는 시도도 지연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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