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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재수사 마무리 국면…SK 최고윗선은 기소 면해

이승현 기자I 2019.06.26 14:11:21

檢,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현직 임직원 다수 기소
안용찬 전 대표, 구속영장 재청구 기각돼 불구속 기소
최창원 전 대표, 윗선 지목됐지만 혐의입증 안 돼
환경부 공무원 유착의혹도 조사…SK케미칼 "피해자 8명 지원"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촉구 고발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검찰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현직 임직원을 대거 기소하며 7개월 여 동안 진행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재수사의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검찰의 칼끝은 당초 SK케미칼의 최고윗선으로 꼽혔던 최창원(55) 현 SK디스커버리 대표 등까지 가지는 못했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살균제(가습기당번) 원료물질인 PHMG의 연구개발 및 공급에 관여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지난 11일 SK케미칼 전 직원 1명을 기소한 뒤 21일 추가로 전 직원 3명을 기소했다.

SK케미칼은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원료물질인 PHMG를 공급했다. 또 두번째 많은 피해를 낸 ‘가습기메이트’ 원료물질인 CMIT와 MIT를 공급했고 하청회사를 통해 이 제품을 제조했다. 애경산업은 SK케미칼에서 가습기메이트를 납품받아 시중에 판매했다.

SK케미칼은 지난 2016년 검찰 수사 때 PHMG 공급과 관련해 ‘중간도매상에 판매했을 뿐 원료의 용도를 모른다’는 주장이 인정돼 기소를 면했다. 그러나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SK케미칼 측이 PHMG가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로 쓰이고 있었고 흡입하면 유해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가습기메이트 생산 및 판매와 관련해 SK케미칼에서 홍지호(69) 전 대표 등 8명을, 애경산업에서 안용찬(60) 전 대표 등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또 증거인멸 혐의로 SK케미칼 박철(53) 부사장등 5명과 애경산업의 고광현(52) 전 대표 등 3명을 기소했다.

애경그룹 창업주 사위인 안 전 대표는 1995~2017년 애경산업 대표이사를 지내며 가습기메이트 출시와 판매에 대한 의사결정 전반을 책임진 인물이다. 검찰은 안 전 대표가 가습기메이트의 인체유해 가능성을 알 수 있었는데도 검증을 소홀히 한 채 판매를 계속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두차례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4일 결국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애경산업 수사 대상자는 더 없을 것”이라고 했다.

SK케미칼의 경우 지난 4월 홍지호 전 대표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홍 전 대표 구속 이후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촌동생인 최창원 대표와 김창근(69)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을 상대로 지시나 관여 등 공모 여부를 살펴봤지만 결국 재판에 넘기지는 않았다.

이들은 SK케미칼이 가습기메이트 제조 및 판매 당시 대표이사를 맡았다. 검찰은 구체적 혐의 입증은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수사는 어느정도 마무리됐다”면서도 “아직 (두 기업에 대한) 수사종결로 단정해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가습기메이트 하청생산업체인 필러물산 임직원 2명과 애경산업에서 가습기살균제를 받아 PB(자체브랜드)상품으로 판매한 이마트 전직 임원 2명도 기소했다.

검찰은 또 ‘가습기살균제 대응 태스크포스(TF)’에서 일했던 환경부 공무원이 내부문건을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

한편 SK케미칼은 정부가 인정한 가습기메이트 단독사용 피해자(1~2단계) 10명 중 8명에 의료비를 지원했다. SK케미칼 측은 지난해 3분기쯤 피해자들이 모임을 결성해 연락이 닿았고 지원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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