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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푸쉬카나씨는 “떠나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민했다”며 이번 탈출에 대한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그의 마음을 돌린 결정적인 계기는 친척에게 자행된 러시아군의 전기고문이었다. 로푸쉬카나씨의 어머니는 “가족에게 남겨진 공포심으로 책 한 권도 쓸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러시아 점령지에서 탈출에 성공한 다른 우크라이나인들도 러시아군의 횡포를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탈출한 이들 중 일부는 “(선거) 관계자들이 무장 경비원과 함께 집을 찾아와 문을 두드렸고, 관계자보다 무장 경비원의 수가 두 배 이상 많을 때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몇몇 주민들은 투표 당시 무장 경비원에게 “알맞은(correct) 상자에 표를 넣으라”는 일종의 협박을 들었다고 고발했다.
투표 기간 내내 접경 지역 검문소는 인파로 가득했다. 강압적인 주민 투표와 러시아군의 탄압을 피해 해당 러시아 점령지에서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미국은 해당 투표에 대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에서 규탄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은 러시아가 차지하거나 합병하려고 시도하는 어떠한 영토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관한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하기로 했다. 결의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러시아가 시행한 주민투표의 불합리성으로 파악된다.
한편 이번 합병 투표는 우크라이나의 동부 전선 반격이 성과를 보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급하게 결정한 것으로 예측된다. 투표가 치러진 지역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및 루한스크주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총 4곳으로, 지난 23일부터 닷새간 치러졌다. 초기 개표 결과 찬성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으며 모든 지역에서 합병 찬성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