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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8년의 준비로 세계수학에 덤빈다' 박형주 ICM위원장

이승현 기자I 2014.08.12 15:41:29

서울ICM 유치의 주역..2007년 겁없는 도전에서 출발
"한국 수학자, 세계무대에 뛰어들어야..중국과 같은 눈부신 성장 재연되길"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박형주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Seoul ICM) 조직위원회 위원장(포스텍 수학과 교수)은 긴 머리의 백발이 잘 어울리는 수학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백발이 더 많아진 것 같다. 2014 서울ICM의 개막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치사율 90%의 ‘에볼라 바이러스’라는 복병 때문이다.

박형주 ‘2014 서울ICM’ 조직위원장
박 위원장은 최근 조직위를 대표해 에볼라 발병환자가 발생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수학자들에게 대회참석 자제 및 강제취소 의사를 정중히 전달했다. 일부 숙소에서 아예 아프리카 출신 수학자에게 잠자리 제공을 갑자기 거부하겠다고 밝혀 새 숙소를 찾느라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지금도 에볼라 공포 때문에 지난 2007년부터 준비해온 이 행사에 한국 대중이 많이 찾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의 ICM 유치는 그가 국제수학계에서 모험을 감행한 데서 기인한다. 그는 대한수학회 국제이사자격으로 2006년 스페인 마드리드 ICM에 참석해 세계수학의 동향을 파악하고 나서 한국의 수학실력을 ‘세계 12위’(4등급)로 스스로 결론내렸다고 한다. 당시 한국의 수학등급은 하위권인 2등급이었다.

박 위원장은 이에 2007년 국제수학연맹(IMU)에 외부의 비웃음에 개의치 않고 과감하게 ‘2단계’ 상향신청을 했다. 결과는 성공. IMU 수학등급이 한번에 2단계 올라간 것은 한국이 역대 처음이다

한국 수학계는 축제 분위기였다. “이참에 대회유치까지 하자”는 성급한 목소리도 나왔다. 이러한 우발적 분위기에 그는 등떠밀려 서울ICM 유치위원장을 맡았고 결국 2010년 유치를 성공시켰다. 서울ICM 유치위원장은 자연스럽게 조직위원장이 됐다.

정부는 올해를 ‘한국수학의 해’로 선포하고 이번 서울 ICM을 계기로 세계 10대 수학강국(최상위 5군)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과학기술논문 추가 인용색인(SCIE)급의 우수한 수학논문도 현재 연간 900여편에서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수학계에서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단순히 수치상 목표보다는 질적 성장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수학자들이 세계 수학계가 관심 갖는 중요한 문제에 과감히 뛰어들어야 한다”며 “무조건 논문만 많이 쓰려하지 말고 임팩트 있는 논문을 쓰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를 위해 중국의 사례를 눈여겨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2년 베이징 ICM 대회 이후 수학분야에 대대적 지원을 하면서 젊고 우수한 인력들이 대거 수학분야로 유입됐다. 특히 해외에 나가있던 중국 출신 수학자들이 대거 본국으로 돌아오면서 수학교육은 물론 이론적 수준도 높일 수 있는 학문기반을 구축했다.

중국은 현재 일본과 함께 최상위 5군에 속해 있으며 SCIE급 논문배출 건수는 세계 2위로 집계된다. 박 위원장은 “중국 정부는 ICM 대회장소로 인민대회당(우리의 국회)을 제공할 정도 였다”고 강조하며 “한국에서도 중국에서 벌어졌던 일이 앞으로 재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5000여명의 세계 정상급 수학자들이 펼치는 지식의 향연인 ‘2014 서울 ICM’이 13일부터 21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박형주 위원장과 한국 수학계는 8년을 준비한 서울 ICM이 에볼라 공포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수학 도약의 핵심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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