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목멱칼럼]보험혁신 방안에서 발견한 희망의 끈

문승관 기자I 2014.07.31 15:55:56
[보험개발원 김수봉 원장] 두 마리의 소(牛)가 있다. 한 마리는 어두컴컴하고 냄새나는 축사에서 살찌우기 위한 사료를 먹고 있고, 다른 한 마리는 아름다운 울타리로 둘러싸인 들판 위에서 한가로이 유기농으로 키워지는 풀을 뜯고 있다. 여러분이라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식탁에 어떤 소고기를 선택하겠는가.

과거 국내 보험산업은 다양한 규제 속에서 살찐 소처럼 양적성장을 추구하며 발전해왔다. 그 결과 ‘2014년 세계보험보고서’에서 지적된 것과 같이 우리나라 국민의 보험산업에 대한 만족도는 30개국 중 30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더군다나 전 세계에 드리운 저성장과 경기침체로 인해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살찐 소가 아닌 건강한 소를 키우기 위해 사육방법이 선진화 됐듯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적 방법이 개선·선진화 돼야한다. 더 이상 축사에서 사료만 먹이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도 안심하고 소도 행복할 수 있는 청정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바뀌었듯이 국내 보험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분양의 선진화방안이 정착돼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달 15일 금융위원회의 ‘보험혁신 및 건전화 방안’이라는 개혁안 발표는 보험산업 발전방법의 획기적인 전환을 이룰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평생 한국 보험산업의 발전을 안팎으로 겪어온 사람으로서 개혁내용의 세세한 점보다는 그 방향성에 있어 삼가 한마디 거들고자 한다. 개혁의 방향은 소와 소비자, 즉 보험사와 보험소비자 모두가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한 소로부터 맛좋은 고기를 얻을 수 있듯이 보험사가 건전해야 소비자들이 양질의 보험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쁜 규제와 좋은 규제를 정확히 구분하는 지혜, 그리고 목동이 소를 애정으로 살피듯 끊임없이 보험사를 감독하고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한 소를 키우기 위해 좁은 축사와 불결한 환경은 걷어내고 튼튼한 울타리, 드넓은 방목지, 유기농 풀, 예방접종을 하는 것과 같이 나쁜 규제는 없애고 착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보험사들이 자신만의 노하우와 특성화 전략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어려운 경영여건을 극복하고 내실 있는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규제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를 위한 착한 규제가 무엇인지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소고기 이력제가 원산지 표시제도로써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듯이 보험소비자가 영업 및 고객관리부터 보상까지 걸친 보험업무 전반에 대해 신뢰할 수 있도록 좋은 규제를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규제개혁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나쁜규제든 좋은 규제든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그 정의가 달라진다. 지금은 좋은 규제라고 여겨질지라도 나중에는 보험사와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규제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책당국은 안으로 보험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책을 고민하고, 밖으로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쁜 규제를 단호히 철폐하고 좋은 규제를 신속하게 도입하는 실천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 보험산업은 세계 보험시장 8위의 보험대국으로 성장했다. 1992년 약 52조원이던 총자산은 2013년에 이르러 약 768조원에 달하는 성장을 이뤄냈다. 국내 보험산업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년의 성과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규제혁신 이라는 설계도를 잘 작성해야 할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개혁안과 추진의지에서 보험산업 발전을 위한 희망을 끈을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