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윤종섭 떠난' 임종헌 재판, 심리 속도 빨라질까

한광범 기자I 2022.02.08 15:57:05

3년 넘게 재판부와 갈등 반복…심리 가장 더뎌
갱신 간소화 동의 관심…비동의시 수개월 소요
갈등 사라져 추가 증거조사 속도 빨라질 수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법관 정기인사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 재판부가 기소 3년 만에 처음으로 변경될 예정인 가운데, 공전을 거듭해온 임 전 차장 재판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14명의 전·현직 법관 중 1호 피고인이다. 2018년 11월 기소돼 3년 3개월째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관련 재판 중 속도가 가장 더딘 상황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사건을 제외하고 임 전 차장에 비해 4개월 늦게 기소된 10명의 전·현직 법관 중 5명은 대법원에서 이미 무죄가 확정됐고, 다른 5명도 1·2심 선고가 마무리된 후 대법 선고만 남겨둔 것과 대조적이다.

임 전 차장 재판이 지체된 배경엔 방대한 사건 내용과 더불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와의 갈등이 있다. 임 전 차장은 2019년 6월 “재판부가 유죄 심증을 드러내며 불공정한 진행을 했다”며 기피 신청을 냈다. 신청이 기각되자 항고·재항고까지 해 재판은 7개월가량 중단됐다.

‘사법농단 단죄 발언’ 의혹으로 재판부-임종헌 갈등 정점

이밖에도 재판 진행을 둘러싸고도 여러 차례 충돌하기도 했던 임 전 차장과 재판부와의 갈등은 지난해초 윤종섭 부장판사의 ‘사법농단 단죄’ 발언 의혹이 제기되며 확산일로를 겪었다. 윤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사태가 불거지던 2017년 10월 김명수 대법원장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사법농단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의혹이다. 이는 지난해 2월 한 언론을 통해 처음 보도됐다.

임 전 차장은 “해당 발언이 사실일 경우 판사가 유죄 심증을 갖고 재판을 진행하게 되는 만큼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부에 법원행정처 등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임 전 차장은 지난해 8월 또다시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다. 재판부는 이를 기각하고 재판을 강행했지만 서울고법은 지난해 12월 항고 사건에서 1심 기각 결정을 취소하고 서울중앙지법 다른 형사재판부에서 기피신청을 심리하도록 했다.

결국 윤 부장판사 등 재판부는 기피신청에 더해 전무후무한 서울중앙지법 6년 연속 근무라는 법원 내부의 거센 반발 등으로 인해 올해 2월 인사를 통해 다른 법원으로 전보됐다. 새롭게 재판부를 구성할 3인의 법관들은 오는 21일자로 형사합의36부에 배치된다.

형사소송법·규칙상 피고인 비동의시 증거조사 다시해야

갈등을 겪던 재판부가 변경됨에 따라 그동안 비협조적이던 임 전 차장의 재판 태도가 바뀔지도 관심이다. 우선적으로 간소한 공판 갱신 절차가 진행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형사소송법은 재판부가 변경되는 경우 공판절차를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형사소송규칙은 검사와 피고인·변호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 증거기록 제시 등의 방법으로 갱신 절차를 갈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공소사실 낭독, 법원 조서에 대한 추가 증거조사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2월 재판부가 교체된 양 전 대법원 재판의 경우 간소절차 대신 그동안의 증인신문 등 증거조사 녹음파일을 일일이 재생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공판 갱신에만 7개월이 소요됐다.

법원 안팎에선 임 전 차장이 간소절차에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지방법원 소속 판사는 “재판 지연 혹은 충실한 방어권 행사 중 어느 것이 목적이든 임 전 차장은 일단 재판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는 모습”이라며 “간소절차에 쉽사리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임 전 차장이 공정성에 강한 의심을 품던 재판부가 교체된 만큼 남은 증거조사 절차는 이전에 비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무한정으로 재판을 끌 수도 없는 만큼 새 재판부의 심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