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르포]獨 축구 비밀병기 '데이터분석'…호펜하임 훈련법 보니

임유경 기자I 2023.10.04 16:02:24

분데스리가 TSG 호펜하임 축구 훈련 체험
IT기술 접목해 선수 기량 강화
데이터분석 통해 선수 개인 맞춤 리포트 제공
호펜하임, 2008년부터 1부리그 입성
SAP 지원도 한몫 평가

[발도르프(독일)=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와아아아~.” 관중의 함성을 받으며 초록색 인조잔디가 깔린 경기장 한가운데 섰다. 언제 어디서 내 쪽으로 공이 튀어올지 모르는 상황. 긴장을 높이고 있던 순간, ‘뻥’ 소리와 함께 좌측에서 빠르게 공이 굴러 왔다. 공을 세워놓고 잽싸게 방향을 틀어 골대 안으로 밀어 넣자 관중의 환호성이 더 크게 들렸다.

이곳은 축구 경기장이 아니라 축구선수들의 반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훈련장비 ‘풋보노트(Footbonaut)’ 안이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방문한 독일 분데스리가 소속 ‘TSG 호펜하임’ 구장에서 전 세계 3개밖에 없는 풋보노트를 체험할 수 있었다. 다른 두 곳은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카타르 국가대표 육성기관 ‘어스파이어 아카데미’다.

TSG 호펜하임 선수들이 풋보노트를 이용해 훈련하는 모습(이미지=SAP)


풋보노트는 두 줄로 배열된 72개의 정사각형 구조물이 사방을 감싸는 형태를 하고 있다. 이 중 8개 구멍에선 공이 튀어나온다. 64개는 공을 통과시켜야 하는 게이트로, 골을 넣어야 하는 타깃 게이트에는 불이 켜진다. 장치는 훈련 코치의 태블릿과 연결돼 있어 공이 나오는 각도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재활 등의 이유로 실전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는 선수의 기량을 높여주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날아오는 공을 빠르게 잡고 정확한 곳에 보내는 훈련을 반복해 공을 다루는 감각을 다시 높이고, 반응속도도 끌어올릴 수 있다”며 “홈 또는 원정 경기에 해당하는 함성도 옵션으로 넣을 수 있는데, 이는 수만 명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상황을 유사하게 만들어 적응을 돕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공이 나오는 장치(사진=임유경 기자)


이런 반복 훈련도 데이터 분석이 없으면 기량 강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의미 없는 반복이 되지 않으려면 보강이 더 필요한 연습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 SAP는 구단의 경기력 상승을 돕는 숨은 조력자다. SAP는 구단에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 기능을 탑재한 SAP HANA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단은 풋보노트뿐 아니라 다양한 소스에서 수집된 선수 데이터와 팀 전력 데이터를 분석해 경기력 제고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 있다.

호펜하임구단 내부에서도 팀이 1부리그로 도약할 수 있었던 비결로 ‘첨단 기술의 조력’을 꼽는다. 구단은 과거 5부 리그에 머물다가 2000년 4부 리그, 2001년 3부 리그, 2006년 2부 리그까지 점진적으로 승격했고, 2008년에는 1부 리그 입성에도 성공했다. 구단 관계자는 “호펜하임이 1부 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SAP의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데이터를 통한 협업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SAP는 2011년부터 독일축구협회와 SAP HANA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축구 전문 솔루션 매치 인사이트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매치 인사이트는 스카우트 당시 데이터부터 경기장에서 녹화된 동영상까지 모두 동기화해, 코치가 경기의 주요 순간을 손쉽게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선수 몸에 부착한 4개의 센서(골키퍼는 6개)를 통해 90분 경기 동안 운동량, 순간 속도, 심박 수, 슈팅 동작 등의 데이터를 끊임없이 수집하고 분석해 선수별 맞춤 훈련의 토대를 제공한다. 더불어 지난 경기에 대한 승률을 대시보드에서 보여주는 동시에 현재 트레이드 가능한 선수를 분석하고, 기존 선수들과 전력을 맞춰 가상의 시나리오를 실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호펜하임구단도 SAP 지원을 통해 데이터 분석을 훈련에 접목하고 있다. 경기장 내에 12개의 안테나를 설치하고, 센서를 통해 들어온 선수의 경기력 데이터를 SAP HANA에서 수집·분석하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