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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 꿈 접는 미국 MZ세대

성채윤 기자I 2021.07.05 15:44:27

미국인 스타터홈 공급량, 50년來 최저치
스타터홈 마련 시기 10년 새 33세→30세
무주택자, 자산 증식 불리…양극화 우려

(사진=AFP)


[이데일리 성채윤 인턴기자] “모든 일이 계속 보류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집값이 갈수록 지나치게 비싸지면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고, 결국 결혼식도, 임신도 미뤘죠.” 미국 시카고에서 ‘내 집’ 장만에 나섰다 포기한 사만다 베라페토(27)씨의 한탄이다.

4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베라페토씨와 같은 미국의 밀레니얼(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는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값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미국 금융회사인 프래디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스타터홈’(Starter Home·생애 첫 내 집)의 공급량은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 하우징센터 에드 핀토 소장은 “사람들은 많은 이주를 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를 충족할만큼 충분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미국인의 스타터홈은 1400평방 피트(약 39평) 수준일 정도로 작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미국 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단독 주택의 경우 면적이 넓을수록 건축 우선순위를 주기 때문이다. 로버트 디츠 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7년 동안 가장 짓기 어려운 종류의 주택은 첫 주택 구입자들이 주로 찾는 ‘스타터홈’이었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내 집 마련 시기는 점점 늦어지고 추세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해 말 기준 생애 최초 주택을 구입하는 평균 연령은 33세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불과 10년 새 3년이나 늦춰진 수치라고 NAR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프래디맥의 샘 카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은 스타터홈 품귀 현상이 저소득층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문제는 그 여파가 소득 기준으로 중상위 계층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집값이 당장 잡힐 가능성은 작다. 핀토 소장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재택근무 확산으로 교외 등지에서 더 넓고 좋은 주택을 사려는 수요는 많아질 것”이라며 “집값 상승은 앞으로 몇 년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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