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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현대상선, 제2의 조양상선 만들지 않으려면...

성문재 기자I 2016.05.30 16:27:13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조만간 합의..상당히 진척"
출자전환시 회생작업 시작..정교한 예측·전략 필요
조양상선 청산 사례 명심..서비스 유지 위해 총력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현대상선(011200)이 지난 석달간 피나는 노력 끝에 연간 1조원에 육박하는 용선료 부담을 20% 이상 낮추는 데 근접했다. 현대상선은 “해외 선주 22곳과 진행한 용선료 협상 결과 상당한 진척을 이뤘으며 조속한 시일 내 합의가 나올 것”이라고 30일 밝혔다.

특히 용선료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5개 컨테이너 선주사들과의 협상에서 매우 의미있는 진척이 있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1991년 1월 조양상선 세계일주 정기항로 취항기념 리셉션 모습. 한국선주협회 제공.
서로 충분한 합의 하에 체결한 계약을 이후 어느 한쪽이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현대상선이 죽기살기로 협상에 나섰다는 뜻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정부와 채권단의 측면 지원이 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용선료 협상이 애초 목표에는 미달했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면서 앞으로 있을 사채권 채무재조정과 해운동맹 가입 문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 문제가 모두 해결되면 채권단은 출자전환을 통해 본격적으로 현대상선 살리기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한 시기다. 정부와 채권단은 ‘무조건 팔아라. 무조건 줄여라’라는 식의 단순한 희생만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보다 정교하고 세밀한 미래 예측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라는 양대 국적선사가 지난 40년간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일궈낸 위상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회사 역시 맹목적인 자금 지원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죽을 각오를 하고 어떻게 하면 현재의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과거 조양상선의 사례는 지금의 해운업계와 비슷하다. 1990년대 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몰아치고 선진국들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등 글로벌 경제는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설상가상으로 유가가 폭등하고 해운 경기가 침체되면서 해운사들의 서비스 활동은 위축됐다. 1979년 국내 선사로서는 처음으로 극동~유럽간 정기항로를 개설하고 1990년대 들어 세계일주 서비스에 나선 대표 해운사 조양상선은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2001년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넉달만에 파산선고를 받아 청산됐다.

가장 큰 원인은 조양상선이 확장 위주의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음에도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권이 ‘부채비율 200%’만을 강요한 탓에 핵심자산을 고스란히 매각해야 했던 것도 조양상선의 존속을 어렵게 만들었다.

당시 조양상선은 금융계열사 제일생명을 팔고 선박 11척을 매각하는 등 보유자산의 70% 이상을 처분했다. 대주주의 사재출연도 있었다. 지난 2월 마련된 현대상선의 추가 자구안과 많이 닮았다. 한진해운이 지난달 발표한 자구계획에도 대주주 사재출연만 빠져 있을 뿐 터미널, 선박 등 핵심자산 매각이 빼곡했다.

업계 관계자는 “50년이 넘는 한국 해운 역사에서 한 획을 그었던 조양상선은 한순간 흔적 없이 사라졌다”며 “어떤 형태로든 주인이 누가 되든 간에 현재 해운서비스를 하고있는 회사를 유지시키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관련 전문가들이 정교하고 세밀한 계획을 짤 수 있도록 정부와 채권단이 앞장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양상선과 현대상선, 한진해운의 자구안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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