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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빠진 연구원" 이재명 비난에 조세연 "지역화폐 정치적 목적" 반박

최훈길 기자I 2020.09.16 13:32:24

송경호 조세재정연구원 박사 인터뷰
“이재명 지사 제시한 보고서 문제많아”
“순효과 구하지 않고 경제효과 과장해”

사진=뉴시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기획재정부 유관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없는 예산낭비”라며 이재명 경기도지사 주장을 재반박하고 나섰다. 이 지사가 지역화폐 효과라며 근거로 제시한 연구보고서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송경호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16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역화폐가 예산 낭비이고 경제적 효과가 없다는 입장이 바뀔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이재명 지사가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입증했다며 근거로 사용한 보고서에 여러가지 분석 상의 문제가 있어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송경호·이환웅 부연구위원은 지난 15일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지역화폐 발행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관측되지 않았다. 지역화폐의 발행이 해당 지역의 고용을 증가시켰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발행 비용, 소비자 후생손실,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예산 낭비, 사중손실(순손실) 등 부작용만 남았다”고 밝혔다.

이는 연구진이 통계청 통계빅데이터센터(SBDC)를 통해 2010~2018년 3200만개 전국 사업체의 전수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지역화폐 운영에 사용된 부대비용을 산정한 결과 경제적 순손실이 올해 226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참조 이데일리 9월16일자 <지역화폐 실효성 논란..“혈세 낭비” Vs “이재명 때리기”(종합)>)

지역화폐는 대형마트가 아닌 지역의 소상공인 가맹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재화로 골목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올해는 서울·경기·세종 등 229개 지자체가 서울사랑상품권, 경기지역화폐, 인천e음, 여민전 등으로 연간 9조원 규모로 발행하고 있다.

소비자는 10% 할인된 금액으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를 구입할 수 있다. 8%는 중앙정부가 국고보조금으로, 나머지 2%는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 중앙·지방정부의 지역화폐 보조금만 9000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최근 이재명 지사는 20만원 충전 시 5만원을 얹어주는 ‘추석 경기 살리기 한정판 지역화폐’도 추진 중이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페북에 조세연 보고서에 대해 ‘근거 없이 정부정책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 ‘지역화폐 폄훼한 조세재정연구원 발표가 얼빠진 이유 5가지’ 등의 글을 올려 반발했다.

이 지사는 “이재명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주장에 가까운 얼빠진 연구 결과를 지금 이 시기에 제출했는지에 대해 엄정한 조사와 문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지역사랑상품권 전국발행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페북에 공유했다.

그러나 송경호 위원은 이 지사가 제시한 보고서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 상의 문제가 있어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송 위원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보고서는 현금·카드를 받다가 지역화폐만 받기 시작한 지역축제를 통해 지역화폐 효과를 분석했다”며 “지역화폐 효과를 분석하려면 지역화폐를 통한 매출액에서 현금·카드 매출액 차액을 계산해야 하는데, 지방행정연구원은 이렇게 차액을 구하지 않고 지역화폐를 통한 매출액 전부를 지역화폐 효과로 봤다”고 꼬집었다.

송 위원은 경기연구원 보고서에 대해 “현금으로 지원하던 청년 지원정책을 지역화폐로 지원할 경우 기존의 현금 지원 효과를 빼야 지역화폐 지원 효과가 나온다”며 “그런데 경기연구원은 차액을 구하지 않고 1조원 넘는 효과를 지역화폐 효과로 봤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 지원을 지역화폐로 돌렸다고 해서 지역화폐 효과가 되는 것은 아닌데 경기연구원은 순효과 개념을 전혀 적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송 위원은 “또 다른 연구는 지역화폐에 따른 지역소비 증감 여부를 보는 연구를 한 게 아니라 지역화폐로 인해 소비가 늘었다는 가정을 하고 연구를 진행했다”며 “한 달에 100만원을 소비하는 가계가 지역화폐 50만원을 구입했다고 해서 소비를 150만원으로 늘리기 만무하다. 대체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효과가 과장돼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위원은 “정부가 관리하는 온누리상품권으로도 소상공인 지원이 가능한데도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우후죽순 발행하는 것은 지역 정치인들의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며 “비효율·후유증이 큰 지역화폐 발행을 축소하거나 통폐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송 위원은 2010~2018년 3200만개 전국 사업체의 전수조사를 한 이유에 대해 “2018년 자료가 최신 자료이고 2019년 자료는 내년에 나온다”며 “가장 최근 자료까지 담아서 분석했기 때문에 정치적 의도가 당연히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229개 지자체에서 9조원 규모로 지역화폐를 발행할 정도로 지역화폐 발행 규모가 커졌다. 2018년 지방선거 이후 공약에 따라 경기지역화폐가 도입되는 등 확산세다. 괄호 안은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 수. 단위=억원, 개 [자료=한국조세재정연구원,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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