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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이 SKT 회장도 겸임하면 어떻게 되나요?[궁즉답]

김현아 기자I 2022.02.21 15:45:38

최태원 회장, SKT 사내게시판에 글올려
무보수 미등기 회장으로 "글로벌 AI컴퍼니 되게 돕겠다"
SK스퀘어, SK이노, SK텔레콤 등 지배구조변화 포석 평가도
이사회 참여 안해..SKT 글로벌 진출에 도움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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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최태원 SK 회장이 SK텔레콤의 무보수 미등기 회장직을 맡아 화제입니다. 인공지능(AI) 사업과 디지털 혁신을 가속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서라는데 그게 전부일까요? SK텔레콤(017670)의 경영은 어떻게 변할까요?

최태원 SK 회장. 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A : 최태원 SK 회장은 21일 SK텔레콤 사내게시판에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SK텔레콤의 도전에 함께 하고자 한다”고 적었습니다. SK텔레콤의 무보수 미등기 회장으로 활동하게 됐음을 공식화한 것이죠.

최 회장은 SK그룹의 투자형 지주회사인 SK(주)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이미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에서 미등기 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어찌 보면 SK텔레콤 회장이 된다는 게 새로울 게 없죠. SK이노든, SK하이닉스든, SK텔레콤이든 이사회 멤버가 아닌 ‘조력자’로 참여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 회장은 과거 SK텔레콤 ‘1mm(일미리)’서비스에 대해 극찬할 만큼, AI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일미리’는 휴대폰의 첫 화면에 떠있는 캐릭터와의 대화를 통해 고객의 취향과 상황에 맞는 각종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죠. 스마트폰이 나오기 훨씬 전인 2005년 상용화돼 실패를 맛봤지만 말입니다.

2005년 4월 20일, SK텔레콤은 휴대폰 첫 화면에 떠있는 캐릭터와의 대화를 통해 고객에게 필요한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최단의 접속경로 제공해주는 개인화 서비스인 ‘1mm’를 상용화했다. 하지만 단말기의 제약, 높은 요금제 등으로 실패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SK텔레콤 회장 겸임 이유를 ‘AI를 직접 챙기기 위해서’ 정도로 보기엔 미흡합니다. 그룹 안팎에선 SK ICT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변화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봅니다.

그 이유는 △ 2018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SK서린빌딩 리모델링 공사 때 최 회장은 SK텔레콤 사옥에 회장실을 만들어 1년여 동안 출근하는 등 이미 SK텔레콤 경영을 챙겨왔고 △ 2021년 SK텔레콤을 둘로 쪼개 IT 투자회사인 SK스퀘어와 AI 서비스 회사 SK텔레콤을 만들었지만, 완성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라는 강력한 성장 엔진을 본체인 SK(주)가 아닌 SK스퀘어 밑에 둔 건 여전히 제한적이죠.

뿐만 아니라 △SK텔레콤 전략지원부문장 등을 맡으며 ICT 분야를 챙겨온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온 각자 대표가 돼 배터리 부분을 맡게 된 점도, 최 회장이 SK텔레콤 경영 참여의 폭을 넓힌 배경으로 꼽힙니다. 즉, 당장은 아니어도 SK스퀘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을 아우르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에 대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SK 관계자는 “당장 지배구조를 개선하려 했다면 최 회장이 직접 텔레콤 회장을 겸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렇다면 최태원 회장이 회장을 맡게 된 SK텔레콤의 경영은 어떻게 변할까요? 당장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입니다. SK그룹은 공식 자료에서 최 회장의 회장 보임 이후에도 SK텔레콤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은 전문경영인인 유영상 대표를 중심으로 한 현 경영진이 담당하고, 주요한 의사 결정도 김용학 이사회 의장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최 회장 역시 이런 부분을 걱정해 텔레콤의 무보수 회장이 되기 전에 이사회 멤버들을 만나 양해를 구했다고 하죠. 최 회장은 SK텔레콤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습니다.

다만,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입장에선 메타버스, AI 반도체, 양자암호 기술 등을 수출하는데 최 회장이 가진 강력한 글로벌 인맥의 도움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SK텔레콤의 위상을 ‘그룹내 캐시카우(Cash Cow)였던 통신업의 혁신을 모색하는 기업’이 아니라 ‘그룹 내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도 이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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