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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3월 19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해안도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높이 11m 절벽 아래 바다로 추락시켜 조수석에 타고 있던 80대 어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직후 A씨는 홀로 추락한 차량에 빠져나와 119에 신고했다.
A씨의 어머니는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원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A씨 역시 사고 충격으로 크게 다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후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A씨가 고의로 차량을 절벽 아래로 몰고 간 정황을 확인했다. CCTV에서 A씨는 차량을 몰던 중 급가속해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선 인근에 설치된 철제 볼라드를 들이받은 뒤 차량 추락 방지용 콘크리트 방호벽을 충격하고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다”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상황에서 치매를 앓는 어머니까지 부양해야 해 부담이 컸다”라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치매 증상이 악화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으며 가족과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치매 증상이 악화해 피고인이 부담됐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생명을 함부로 박탈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순 없다”라며 “피고인은 요양원 등 다른 방법을 통해 피해자를 부양할 수 있었지만, 그러한 노력을 다하지도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의 범행이 원망과 분노, 재산적 탐욕을 목적으로 한 범죄와는 달리 볼 여지가 있는 점, 피고인이 후회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 가족과 친척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