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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넣으려 했는데”…새해부터 오른 기름값, 서민들 ‘한숨’

조민정 기자I 2023.01.02 15:38:12

‘16주 하락세’ 휘발유, 새해부터 이틀째 ‘상승’
2일 전국 휘발유 1548.95원…작년보다 17.95원↑
12월31일 주유소는 ‘문전성시’
전기·가스, 버스·지하철·택시 등 인상 앞둬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새해부터 기름값이 오른다고 해서 미리 넣으려고 했는데 까먹었어요, 에휴.”

경기도 안산에서 수원으로 1시간 반가량 자차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김모(26)씨는 안 그래도 빠듯한 살림에 기름값 부담까지 커졌다고 토로했다. 해가 바뀌자 기다렸단 듯 오른 휘발윳값에 그는 “기름값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가서 ‘대중교통이라도 이용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다”며 “지난주에 기름을 가득 넣었는데도 이동거리가 많다 보니 (기름을) 금방 써서 해가 넘어가기 전에 넣으려 했는데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사회 초년생인 김씨는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고 한숨 쉬었다.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된 1월1일 새해 첫날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사진=연합뉴스)
새해 첫날부터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자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부담이 커졌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오는 4월까지 연장했지만 인하 폭을 37%에서 25%로 축소한 여파다. 지난해 7월부터 역대 최대 인하 폭인 37%를 적용하던 정부는 “국내 휘발유 가격이 경유 등 타 유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해 유류세 폭을 축소한다”고 밝혔다.

국제유가가 내려가면서 12월 마지막 주까지 16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휘발유 가격은 새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일 오후 2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리터)당 1548.95원으로, 작년 12월 31일 1531원보다 17.95원 올랐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리터)당 1648.83원으로,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되기 직전인 12월 말 1616원보다 32.83원 상승했다. ℓ당 1800원대를 기록한 작년 여름에 비하면야 저렴하지만, 그때보다 외식물가 등이 크게 오르면서 부담이 되고 있단 목소리들이다.

고물가에 한 푼이 아쉬운 사람들이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나서면서 지난해 마지막날 일부 주유소엔 자동차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도 보였다. 지난달 31일 주유소 앞 대기줄을 보고 경악했다는 조모(55)씨는 “새해부터 기름값이 오른다고 해서 일부러 주유소를 갔더니 줄이 너무 길어서 큰 사거리까지 차들이 서 있더라”며 “웬만하면 넣으려고 했는데 통행이 안 될 정도라서 어쩔 수 없이 20원 더 비싼 근처 주유소에 가서 넣었다”고 했다. 이어 “7만 원어치 정도 꽉꽉 눌러 담았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高)’에 이어 새해를 맞아 휘발유, 전기 요금 등 일상 곳곳에서도 가격 인상이 이어지며 시민들의 곡소리는 더 커질 공산이 크다. 이달부터 킬로와트시(㎾h)당 13.1원 오른 전기 요금은 2차 오일쇼크 시기인 1981년 이후 최고·최대폭으로 오른 수준이며, 4인 가구 기준 한 달에 약 4000원의 전기료를 더 납부해야 한다.

동절기 에너지 수요를 고려해 1분기 동안 동결하기로 한 가스 요금 인상 또한 불가피해지면서 정부는 2분기 인상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2분기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 물가 등 국내 경제 및 공기업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요금 인상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2월엔 택시요금, 4월엔 버스·지하철 요금도 인상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경제침체가 장기화하고 각종 요금 인상이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더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자 실질임금은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소비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며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기본적으로 소득이 따라 올라가지 못해 경기가 더욱 침체되고 있어, 경기침체 국면을 고려한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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