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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세계유산에 올리고 싶었던 건 '군함도'가 아니다"

장영은 기자I 2015.07.06 16:31:56

도종환 의원, 등재 결정된 日 근대산업시설 23곳 中 사설학당에 주목
"日 세계유산 등재 진짜 목적은 침략주의 온상인 '쇼카손주쿠'"
"정부, 한일 관계 고려해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아"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일본이 이번에 정말 세계유산에 올리고 싶었던 건 일본 침략주의의 사상적 토대인 ‘쇼카손주쿠’(松下村塾)입니다. 강제징용 시설은 오히려 이걸 감추기 위한 것이었을 뿐, 핵심은 이곳인데 우리 정부는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았으니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사진·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군함도 같은 강제징용 시설의 문제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정작 쇼카손주쿠가 이번 등재 목록에있다는 것은 잘 모른다”면서 개탄했다.

이어 도 의원은 “이 곳은 일본 극우주의의 산실이자 조선을 침략한 인물들을 다 배출한 곳”이라며 “쇼카손주쿠를 세운 인물이 바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알려진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라고 설명했다.

◇ 침략주의 산실이 근대 산업혁명의 사상적 토대로

따지고 보면 사설학당이 왜 뜬금없이 일본 근대산업시설 목록에 올라와 있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의 사상적 토대를 제공했다는 명분으로 등재를 추진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 입장에서는 침략주의 사상을 전파한 요람이었던 셈이다.

도 의원은 “요시다 쇼인은 대표적인 정한론(일본이 한국을 정복해야 한다는 주장)자로 침략하기 쉬운 조선, 만주, 중국을 침략하고 지배해서 러시아에 빼앗긴 부분을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외교부가 이같은 사실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강제징용 시설 7곳에 대한 문제제기만 할 뿐 쇼카손주쿠를 덮고 간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잘못은 과거사 왜곡 시도를 하고 있는 일본쪽에 있는데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외교적인 이유를 핑계로 일본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도 의원은 “지난달 동북아역사왜곡특별대책위에서도 외교부 차관에게 쇼카손주쿠 등재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면서 “당시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 등 여러 과제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양국 관계를 고려했을 때 거기까지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식으로 답했다”라고 덧붙였다.

◇ ‘끝나지 않은 싸움’…“日, 기억하고 반성하도록 해야”

5일 늦은 밤 세계유산위원회는 해당 시설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강제징용 사실을 일본이 인정하고, 주석에 이를 적시하는 선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도 위원은 “정부는 충분치도 않은 사실 부기 이전에 과거 우리 민족에게 행했던 일본의 파렴치한 행위에 대한 반성과 사죄, 배상을 요구했어야 한다”며 이번 결정은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사례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아우슈비츠는 과거의 끔찍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기억하자는 데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반면, 쇼카손주쿠를 비롯한 강제징용 시설들은 근대산업시설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등재된 것이기 때문이다.

도 의원은 “일본은 군위안부, 강제징용, 원폭 피해자 문제 등의 과거사가 예전에 끝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자신들이 동아시아에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침략주의와 제국주의는 유네스코가 실현하고자 하는 ‘평화’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와 맞지 않는다”면서 “일본이 스스로 반성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기억하고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결연하게 말하는 대목에서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시인이기도 한 그의 시 한구절이 떠올랐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네 말 대로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 네 말대로 무너진 것은/ 무너진 것이라고 말하기로 한다/ 그러나 난파의 소용돌이 속으로 그렇게 잠겨갈 수만은 없다/ 나는 가겠다 단 한발짝이라도 반 발짝이라도”(도종환, ‘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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