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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이번 시험발사체 한빛-TLV 발사 성공은 상업 발사 서비스 진출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시험발사만으로도 큰 관심을 받았고, 앞으로 상업 발사 등은 국가적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민간 첫 우주발사체를 하늘로 쏘아 올린 이노스페이스는 발사 성공으로 ‘한국판 스페이스X’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국내 우주 산업에 한 획을 그을 만큼 의미가 큰 발사였다는 평가가 쏟아지지만,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이제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시험발사체인 ‘한빛-TLV’의 성공을 시작으로 소형위성발사체 ‘한빛 나노’를 비롯한 한빛 시리즈를 개발하고 이를 가지고 우주 발사 서비스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일이 남아 있어서다.
김 대표는 “한빛-TLV의 발사는 연구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결국 위성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우리와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들이 내년과 후년 첫 상업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어 이들이 시장을 잠식하기 전에 우리도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로켓 연구만 15년…발사 서비스 시장 진입 ‘목표’
이노스페이스의 한빛-TLV은 지난 20일(한국시간)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이노스페이스가 2024년 상업 발사에 사용할 2단형 소형위성발사체 ‘한빛 나노’의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의 비행 성능을 검증하는 임무다.
김 대표는 우주 연구기관과 산업 현장을 두루 거친 ‘하이브리드 로켓 연구 전문가’로 불린다. 그에게 시험발사체인 한빛-TLV의 발사성공이 남다른 이유다. 15년 이상 하이브리드 로켓만을 연구해왔고 그간 조금씩 확대해온 꿈과 노력이 드디어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작은 연구용 로켓 엔진을 만들어 테스트를 하다 보니 재미를 느끼게 됐고, 스케일을 키우다 보니 대학원 때는 추력 2톤급 엔진까지 테스트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은 꿈을 키워 2017년에는 회사를 설립하고 이렇게 사업화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노스페이스의 한빛 발사체는 이름만으로도 김 대표의 이 같은 목표를 담고 있기도 하다.
그는 “민간에서 발사체를 사업화하고 시도하는 자체가 많지 않다”며 “민간 주도로 발사체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우주 분야에서 상업화에 성공하고자 하는 뜻에서 발사체 이름을 한빛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민간 주도 우주 발사 서비스 시장 진출의 목표를 세웠지만, 발사까지 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국내에는 민간을 위한 발사장조차 없는 상태라서다.
김 대표는 “국내에는 민간 발사장도 없을뿐더러 협조를 받는다고 해도 사업화 시 고객이 원할 때 바로 발사할 수가 없어 해외 여러 발사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며 “브라질에서 성공적으로 발사하긴 했지만, 브라질 공군이 사용하는 군 시설을 작은 스타트업이 사용하기까지는 여러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노스페이스는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꾸준히 시장을 두드렸고, 2024년 상업 발사를 시작할 경우 현재 건설 중인 국내 발사장을 비롯해 브라질과 노르웨이 등 3곳의 발사장에서 우주 발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3곳의 발사장에서 최소 월 1회 발사 서비스를 진행하면 연 35회가량의 발사를 진행하면 수익을 낼 수 있으리라 본다”며 “더는 투자가 없는, 손익분기점을 넘어 자생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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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스페이스가 우주 스타트업으로 시험발사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우주 발사 서비스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것 역시 녹록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 등 우주 선진국과 비교해 자금과 인력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앞서 있는 그들과 기술 격차를 줄이는 것도 과제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상황을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과 하이브리드 로켓 기술로 풀어나갈 계획이다. 그는 “첫 번째 상업 모델인 한빛 나노는 50kg 이하 탑재체를 수송할 능력을 갖춰 위성 제작 스타트업이나 연구기관과 같은 고객사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500kg 이하 수송 능력을 갖춘 한빛 미니를 개발 완성하면, 통신용 위성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전략이다.
또한 김 대표가 지난 15년간 개발에 집중해온 하이브리드 엔진도 이노스페이스의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 기술은 고체 로켓과 액체 로켓의 특장점을 융합한 것이 특징으로, 추진제로 고체상태의 연료 파라핀(Paraffin)과 액체상태의 산화제(LOx)를 이용해 구조가 단순하고 추력 조절이 가능한 이점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우리와 유사한 발사체를 개발하는 해외 기업의 경우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보유하고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우리의 경우 현재까지 약 5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절대적인 금액에서는 적은 편이지만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이 액체 로켓 등과 비교해 개발 비용 등이 적게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확보한 금액으로도 충분히 개발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