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비정상적 채권시장...보험사 RBC까지 끌어내렸다

전선형 기자I 2022.10.28 16:57:39

금리 높아지며 매도가능증권서 손실 발생
농협생명, DGB생명 다시 150% 아래로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채권시장의 불안정한 상황이 결국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채권금리가 높아지면서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던 채권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했고, 지급여력비율(RBC)을 끌어내린 것이다. 특히 매도가능채권을 다수 보유한 보험사의 타격이 컸다.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3분기 실적발표를 한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의 3분기 RBC를 보면 전년도와 비교해 30%~115%포인트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로는 NH농협생명이 3분기말 RBC가 107.28%로 전년 대비 115.38%포인트가 하락했고, DGB생명은 113.1%로 전년대비 91%포인트가 떨어졌다. 푸르덴셜생명도 250.2%로 전년 대비 105.5%포인트가 하락했으며, 신한라이프는 전년 동기보다 31.65%포인트가 하락했다.

RBC비율은 부채(요구자본) 대비 자산(가용자본) 비율로, 보험사 건전성 지표로 쓰인다. RBC비율이 200%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2배까지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보험업법 기준에 따라 보험사는 RBC비율을 100% 유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넉넉하게 150%를 권고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운영자산 중 채권 비중이 높다. 그러나 최근 금리상승으로 채권 값이 떨어지면서 가용자본이 줄어 RBC비율이 급락했다. 현 RBC제도에서는 자산은 시가(현재 시점의 가격), 부채는 원가로 평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부채에 대한 평가는 그대로인데 현재 시장금리로 평가하는 자산이 줄어들면서 RBC비율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매도가능채권을 다수 보유한 보험사는 타격이 크다. 채권은 회계상 분류할 때 만기보유와 매도가능으로 설정할 수 있다. 만기보유의 경우 만기까지 보유하겠다는 의미기 때문에 현 시가를 반영하지 않지만, 매도가능은 언제든지 팔 수 있다는 의미로 시가를 반영한다. 채권은 금리가 상승하면 가격이 떨어져 금리상승기에 매도가능채권을 보유한 보험사는 타격이 큰 것이다.

현재 매도가능채권을 많이 보유한 보험사는 NH농협생명, DGB생명, 한화손해보험 등이다. 실제 이번 3분기에도 이들의 평가손이 컸다. 먼저 실적을 발표한 NH농협생명과 DBG생명의 경우 RBC비율이 금융당국 권고기준인 150% 이하로 떨어졌다. 두 회사의 경우 지난 6월 금융당국이 보험사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LAT)로 통해 쌓은 잉여액의 일부를 가용자본으로 인정해주기로 하면서 RBC비율이 상승하는 듯 보였지만, 채권금리가 예상치보다 더 높기 오르면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NH농협생명의 경우 2020년 9월 32조원 규모의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전환했다. 당시 저금리 상황이 지속됐고, 2023년에 도입될 신 회계제도(IFRS17)를 대비해 자산을 확대하고자 한 차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지나면서 금리가 급등했고, 채권시장에서는 비정상적인 금리 수준을 보이며 평가손실이 커졌다. NH농협생명의 3분기 말 기준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은 현재 5조 5062억원으로 집계돼 있다. NH농협생명의 자본금 및 잉여금 등이 5조242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회계장부상 자본잠식이다.

DGB생명도 3분기 재무제표에 따르면 매도가능증권평가이익이 계상되는 ‘기타포괄손익 누계액’ 손실이 올해 1분기 1895억원이었던 손실은 2분기 3414억원, 3분기 4230억원까지 확대됐다. 특히 DGB생명의 경우 3분기 당기순손실이 64억원이 되면서 적자까지 내고 있는 상태다.

보험사들이 RBC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증자가 절실한 상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하는 것인데 최근 금리가 고금리인데다 보험사 채권은 물론 공사채마저 미매각이 나고 있어 상황이 여의치 않다. 업계에서는 유상증자 등의 방안으로 자본 확충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현 RBC비율 제도는 올해 연말부터는 사라지고, 내년부터는 부채와 자산을 동시에 시가평가하는 ‘킥스’ 제도가 도입돼 회계상 건전성 이슈가 사라질 것이란 게 보험업계 중론이다.

이에 대해 NH농협생명은 “일시적인 회계상의 문제일 뿐이며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인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에서 8조1000억원 이상 잉여액을 보유하고 있어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며 “필요 시 4분기 추가 자본확충 등을 검토해 올해 말까지 재무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