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시작과 함께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시각장애인 쉼터. 쉼터 소장이자 서울시각장애인연합회 강남구지회의 김분순(65) 지회장은 4일 자신의 ‘새해 소망’을 이같이 전했다. 이 쉼터를 그동안 문 밖을 나서기 어려웠던 시각장애인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단 각오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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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많은 이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중앙의 다목적실 외에도 다양한 부속 공간이 있었다. 러닝머신과 실내 자전거 등이 갖춰진 체력 단련실, 노래 연습을 하고 즐길 수 있는 노래교실, 직원이 상주하는 사무실 등이다. 쉼터 벽에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과 협력해 마련한 ‘만질 수 있는 명화’가 걸려 있었다. 프랑스 화가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은 손가락 끝으로 만져볼 수 있도록 튀어나온 부분과 들어간 부분이 뚜렷했다. 이삭의 느낌 등도 체험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마련된 작품은 매 분기마다 새로운 것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이처럼 따뜻한 쉼터가 마련되기까지엔 강남구의 노력이 있었다. 이승민 강남구 장애인복지과장은 “장애인 관련 시설이 입주하려면 기존 건물주들은 꺼려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강남구 소유의 건물에 쉼터를 설립하게 됐다”며 “아직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쉼터 개소가 알려지자 문의 전화도 많았고, 아예 시각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등록 방법에 대한 문의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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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새롭게 꾸려진 만큼 올해는 함께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다고도 전했다. 김 지회장은 “요일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짜고 싶고, 뜨개질과 마라톤 팀을 만들고 싶다는 분들도 있었다”며 “골프와 요가 등 다양한 즐길거리는 물론, 직업 안마사분들의 직무교육, 심리지원 프로그램 등도 마련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벌써 50년 전, 10대 때 백내장을 앓으면서 시각을 잃은 김 지회장은 시각장애인들에게 함께 많은 것을 해보자며 거듭 독려했다. 그는 “그동안 만나본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갑자기 장애를 얻으니, 모든 세상이 작아지고 스스로가 먼지보다 작게 느껴지더라’고 하셨다”며 “그런 마음으로 집에만, 방에만 계신다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게 눈치를 보는 대신 함께 나와서 참여하고, 같이 공간을 만들어가보자”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