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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성공' 누리호 고정장치 설계 미흡..내년 5월 발사 밀릴듯

강민구 기자I 2021.12.29 16:59:20

누리호 발사조사위, 최종 조사결과 발표
3단 산화제탱크 내부 장착 헬륨탱크 고정장치 풀려
산화제탱크 내부 구조물과의 충돌로 균열 발생
최환석 조사위원장 "철저히 보완해 2차 발사 준비"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총 2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된 국산 로켓 누리호가 미완의 비행을 한 이유가 산화제탱크 내부에 장착된 헬륨탱크에 대한 부력 증가 부분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인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를 통해 지난 10월 21일 발사된 누리호의 위성모사체가 궤도에 투입되지 못한 원인을 규명하고 그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위원회 활동으로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산화제 탱크 내부 설계 변경 작업이 추가로 필요해진 만큼 내년 5월로 예정됐던 발사 일정은 내년 하반기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조사위가 구체적인 원인을 규명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기술적 조치가 추가로 필요한 만큼 사업추진위원회와 국가우주실무위원회를 통해 추진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며, 내년 하반기로 일정을 미뤄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누리호 비행 기체.(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력 1g만 고려..산화제 탱크 균열로 산화제 누설

누리호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와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내년 10월까지 1조 9572억 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3단 산화제탱크 실물.(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난 10월 21일에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시험발사장에서 발사돼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를 정상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엔진이 목표로 한 521초 동안 연소하지 못하고 475초 연소에 끝났다. 이에 목표 고도인 700km에는 도달했지만, 속도가 느려지면서 지구 저궤도에 위성모사체를 올려놓지 못했다.

이후 항우연 연구진과 산학연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발사조사위원회가 출범해 다섯 차례에 걸쳐 위원회를 열고, 기술적 사항을 검토했다. 이들은 비행 중 얻은 2600여 개의 원격측정 자료(텔레메트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누리호 비행과정에서 발생한 이상 현상을 찾아내고, 현상 유발 원인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누리호의 3단 산화제탱크 내부에 장착된 헬륨탱크의 고정장치 설계 과정에서 비행 중 부력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엔진 진동이나 중력에 의한 설계는 이뤄졌지만, 산화제 탱크안에서 가속도에 따른 부력 증가분을 고려하지 못했다.

이탈된 헬륨탱크는 계속 움직이면서 탱크 배관을 변형시켜 헬륨이 누설되기 시작했고, 산화제탱크의 균열을 발생시켜 산화제가 누설됐다. 3단 엔진으로 유입되는 산화제의 양이 줄어들어 3단 엔진이 조기에 종료됐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1g의 부력을 견디도록 설계된 것과 달리 실제 비행에서 헬륨탱크에 가해지는 액체산소의 부력이 4.3g으로 올라가면서 고정장치가 풀려 헬륨탱크가 하부 고정부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산화제탱크 개발을 담당한 두원중공업과 항우연이 설계를 변경할 계획이며, 기술적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5월 2차 발사 미뤄지고, 3차 발사 영향 가능성도

누리호는 내년 5월에 200kg급의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사체를 싣고 2차 시험발사를 한뒤 실제 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실어 우주로 보내는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작업을 거쳐 국내 위성 발사, 달 탐사 활용, 산업체로의 기술 이전 등을 추진한다.

과기부와 항우연은 누리호의 기술적 보완을 위한 세부 조치방안을 마련하고, 추진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특히 헬륨탱크 고정부와 산화제탱크의 구조를 강화하는 조치를 하기로 했다.

최환석 발사조사위원회 위원장(항우연 부원장)은 “지난 10월 발사는 발사체 시스템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 발사였으며, 발사와 발사조사위원회 활동으로 기술을 축적했고, 실패과정을 통해 배웠다”며 “2015년에 스페이스X도 우리처럼 부력 계산에 실패에 따른 헬륨탱크 이상으로 폭발사고를 겪기도 했다. 선진국들도 최근까지 경험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설계 시 비행 가속 상황에서의 부력 증가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국민적 성원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안타깝고 송구하다”며 “철저히 보완해 2차 발사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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