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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불어 위험' 진입로 막았는데 굳이 중랑천 산책해야 하나요?"

정재훈 기자I 2023.07.17 16:26:11

최근 닷새 호우로 중랑천 수위 높아져 '위험'
의정부시 80개 진입로 차단에도 유유히 산책
인명피해 없었지만 많은 시민들 눈살 찌푸려
"위험한 상황 닥치면 지자체 탓 하지 않겠냐"
市 "40억원 들여 스마트게이트 체계 구축 중"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지난 닷새간 폭우에 따른 지자체의 하천 출입 금지 조치를 무시한 일부 시민들의 안전불감증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번 비로 전국에서 40여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물난리를 겪는 상황에서도 이를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는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라도 폭우 시 지자체 차원의 강력한 하천 출입금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사흘 간 경기북부의 가평(219㎜)과 남양주(198.5㎜), 의정부(144㎜), 양주(144㎜) 등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경기 양주시에서 발원해 의정부와 서울 도봉·노원·중랑·동대문·성동구 등 북동부지역을 거쳐 한강까지 이어지는 중랑천의 수위도 가파르게 상승해 의정부 일대 둔치 일부가 잠기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의정부시는 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14일부터 도심지와 중랑천 산책로를 연결하는 진입로를 모두 차단했고 중랑천이 연결되는 서울시의 자치구들도 같은 조치를 내렸다. 의정부시의 경우 중랑천 산책로 진입 통제는 안전 관련 부서가 총괄해 각 동(洞) 별로 인력을 투입, 약 80개에 이르는 진입로에 위험사항을 알리는 테이프로 길을 막아 시민들의 통행을 막았다.

한 어린이가 출입이 통제된 진입로 뒤에서 수위가 불어 인도교까지 잠긴 중랑천 산책로를 걷고 있는 행인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정재훈기자)
하지만 주말이던 지난 15일 오전 시의 이같은 통행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의정부를 흐르는 중랑천 변 산책로를 걷는 시민들이 심심치 않게 목격됐다.

당시 중랑천은 밤 사이 주춤해진 비로 수위가 내려가긴 했지만 하천을 건너는 인도교가 여전히 물에 잠겨있어 상류 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급격하게 물이 불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중랑천이 위험 수위임에도 일부 시민들이 시의 안전조치를 무시하고 하천변을 유유히 산책하는 등 몰지각한 행태를 보이면서 대다수 시민들은 지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의정부시 호원동에 사는 60대 시민 A씨는 “엄연히 중랑천 변 산책로로 들어가지 말라고 진입로를 차단했는데도 굳이 저기로 들어가야 하는지 같은 시민으로서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며 “저러다가 갑자기 물이 불어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결국엔 또 지자체 탓을 하지 않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의정부시는 이같은 상황에 적극 대비하는 차원에서 국토교통부 공모사업 선정에 따라 40억 원을 투입하는 ‘스마트게이트 시스템’ 구축사업을 진행중이다.

이 사업은 하천 수위가 급격하게 높아질 우려가 있거나 호우경보가 발령될 경우 의정부를 흐르는 5㎞ 중랑천 구간 내 80여개 진입로에 차단기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 영상과 음성 지원 체계를 가동해 실시간으로 시민들의 산책로 진입을 막는 시스템이다.

시 관계자는 “수십개에 달하는 하천 진입로를 24시간 동안 막고 있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만큼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시의 조치에 잘 따라 주기를 바란다”며 “오는 9월 ‘스마트게이트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위험한 하천 보행 등 상황이 조금 더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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