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국가부채 급증의 빛과 그림자

송길호 기자I 2021.05.03 15:27:55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코로나19사태가 불러온 후유증의 하나는 모든 나라의 국가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국채 발행은 전년 대비 74% 늘어난 21조달러를 기록했다. 과거 20년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유럽 각국도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났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사태에 따른 재정수요 증가로 지난해 국채 발행은 전년 대비 72% 증가했고, 국채 잔액도 17%나 늘었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 대부분 국가의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났고 이를 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부채 급증 현상이 코로나19 이후에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초 세계은행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과거 50년동안 네 번의 부채 급증의 파도가 몰아쳤고, 앞선 세 번은 금융위기로 종결되었다고 지적한다. 80년대 남미 외채위기, 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급격한 부채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네 번째 부채 급증의 파도는 2010년부터 일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최근의 부채 급증이 과거에 비해 규모가 크고 속도도 빠르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부채 급증이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규제 개선 등을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였고, 이자율도 낮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사태에 따른 전세계 국가의 급격한 국채 발행 확대는 단기적으로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 올해 초부터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급격히 상승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유동성 공급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및 국채 발행 확대로 인한 수급 불안정이 금리 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국가간 금리 동조화의 현상으로 다른 나라의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채 발행 확대에 따른 수급 부담과 미국 장기국채 상승의 영향으로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금리 수준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 아니고 최근 들어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향후 미국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긴축으로 선회하고, 경제 회복에 발맞추어 기준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소규모 개방경제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국가부채의 급격한 증가가 불러오는 또 다른 부작용은 국가 신용도의 하락 가능성이다. 지난해 멕시코, 아르헨티나, 영국, 말레이지아 및 인도 등 여러 나라의 신용등급이 강등되었다. 특히 인도는 2016년 한단계 강등에 이어 지난해 하락으로 신용등급이 투자등급 맨 마지막 단계로 떨어졌다. 한때 높은 성장을 기록했던 인도의 신용등급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누적된 재정적자 상황에서 코로나19사태로 국가부채가 급격히 증가했고, 기업부문 부실화로 금융건전성이 악화된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같이 국가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이어지는 경우 국가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국가부채의 증가는 양면성을 지닌다. 성장이 둔화된 시기에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여 성장을 촉진하는 마중물로 사용한다. 정부지출 확대는 경기부양과 고용확대 등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또한 국채 발행 확대는 시장의 안전자산 공급을 확대하여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인다. 그러나 정부 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나게 되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이자율 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하여 경제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국채 발행 확대를 통한 재정투입 확대는 단기적으로 경제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반면 부담도 늘어났다. 향후 국가부채 확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과거의 금융위기를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한다.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과 이자율의 급격히 상승이 위기를 불러오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고, 탄력적인 재정 운영을 통해 재정 투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점진적으로 국가부채를 관리하는 혜안이 필요한 때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영상 뉴스

더보기

오늘의 포토

더보기

오늘의 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