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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에겐 차마 동생 소식 못 전해”…‘라면 형제’ 할아버지 눈물

장구슬 기자I 2020.10.22 14:35:55

8살 동생, 갑자기 증세 악화…21일 끝내 숨져
외할아버지 “영상 통화로 손자 얼굴 본 게 마지막”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보호자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난 불로 중상을 입은 이른바 ‘라면 형제’ 중 동생이 사고 발생 한 달여 만에 사망했다.

지난달 인천시 미추홀구 빌라 화재로 부상한 B(8)군이 치료 중 숨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는 가운데 2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B군의 빈소 출입문 앞에 화환 2개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라면 형제의 외할아버지는 “병실에 누워 있던 손자를 영상 통화로나마 잠시 본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2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면회가 잘 안 되니까 영상 통화로만 손자 얼굴을 봤다”면서 “상태가 좋아졌다고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라고 말끝을 흐렸다.

힘겹게 말을 이어나가던 그는 “애들 엄마가 화재 이후 충격이 너무 커서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면서 “어린 아기들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아이들을 방임했다, 학대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와 다르다”고도 덧붙였다.

또 그는 이날 경인일보에 “큰 아이가 충격을 받을 걱정에 차마 (동생의 소식을) 말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하고 간병인에게 맡긴 뒤 장례식장에 왔다”면서 “큰 아이가 동생을 그토록 아꼈는데 나중에 알게 되면 힘들어 할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앞서 형 A(10)군과 숨진 B(8)군은 지난달 14일 오전 11시10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한 4층짜리 빌라의 2층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화재로 중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한 여파로 등교하지 않고 비대면 수업을 하는 중에 어머니가 외출하고 없는 집에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 이후 A군과 B군은 서울 모 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형제는 지난달 추석 연휴 기간 의식을 완전히 되찾아 최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B군은 지난 20일 오후부터 호흡 곤란과 구토 증세 등을 호소하는 등 상태가 갑자기 악화돼 중환자실로 다시 옮겨졌으며, 다음날인 21일 오후 3시45분께 끝내 숨졌다. B군의 빈소는 인천 연수구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형 A군은 온몸의 40%에 심한 3도 화상을 입어 2차례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A군 가족은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로 매달 수급비 등 160만원 가량을 지원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형이 동생을 감싸는 등 동생을 지키려다가 더 큰 화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후원도 잇따라 2억여 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추홀구와 학산나눔재단은 형제의 후원금 중 일부를 B군의 장례 비용 등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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