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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치금 1% '보너스'에 이자는 따로"…美은행 '고객붙들기' 경쟁 심화

박종화 기자I 2023.04.06 16:00:25

美은행, 현금지급 이벤트 등 신규 고객 유치 안간힘
유동성 확보 조처…중소 은행서 석달간 285조원 이탈
SVB 사태 이후 대형은행·MMF로 자금이동 두드러져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미국 캐피탈원은행은 고객이 새 계좌를 개설해 90일 동안 1만달러(약 1300만원) 이상 예치하면 이자와 별도로 100달러(약 13만원)를 ‘보너스’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여 유동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예치금이 10만달러(약 1억 3000만원) 이상이면 보너스는 1000달러(약 130만원)로 늘어난다.

또다른 미 은행 시티즌스파이낸셜그룹도 유사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은행에서 신규 계좌 개설후 3개월 동안 매달 100달러를 입금하고, 최소 잔액을 유지하면 25달러(약 3만 3000원)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사진=AFP)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중·소형(자산 순위 25위 밖 은행) 은행에 대한 미 고객들의 불신이 확산, 대형 은행으로 자금을 옮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형 은행들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거나 기존 고객 자금을 붙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기준 미국 중·소형 은행의 예치금은 작년 말보다 2160억달러(약 285조원) 감소했다. 이 가운데 1850억달러(약 244조원)가 지난달 9~15일에 이탈했다. 같은달 10일 SVB가, 이틀 뒤인 12일엔 시그니처은행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후 미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 등 시장 안정화 조치로 진정되긴 했지만, 중·소형 은행들의 지급능력이 불안한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대형은행 등으로 돈을 옮기고 있다. 최근엔 상대적으로 금리도 높고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 머니마켓펀드(MMF·단기자금 운용 펀드)로 대규모 자금이 흘러가고 있다.

시장 조사회사 민텔의 앤드루 데이비슨 상무는 “은행권 전반적으로 예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지난 몇 주 동안 많은 회사가 판촉활동을 강화했고 (고객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스튜어트 폴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당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대출에 대한 은행들의 의존도가 낮아져 시스템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완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도 신용 여건(대출 역량)은 열악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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