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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건물서 스스로 에너지 만들고, 탄소 '0'으로···"자급자족도 OK"

강민구 기자I 2021.05.10 15:20:32

에너지연, 도시형 에너지공유 플랫폼기술 원내 실증
마을서 신재생에너지로 전기 만들고, 남는 전기 공유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10일 오전, 대전 유성구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안에서 플러스에너지커뮤니티 플랫폼을 실증하고 있는 건물을 찾았다. 건물 내부는 일반 주거용 공간과 흡사했다. 실제 연구원들이 번갈아가면서 연구를 하고, 숙식도 해결하며 에너지를 쓰고 있는 공간이다.

방에는 용품들이 가득 차 있고, 또 다른 방 한 켠의 대형스크린에서는 건물들의 이미지가 나타났다. 총 소비전력과 총 발전전력 통계가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비가 내린 날씨탓인지 실시간 소비전력량은 19.8kW로 실시간 발전전력 2.8kW 보다 월등히 높았다.

김종규 에너지연 박사는 “오늘 비가 오기 때문에 발전량이 좋지 않다”면서도 “평소 발전전력은 소비전력량을 넘어서며, 좋지 않은 날씨 등을 감안해 전력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형 신재생에너지 기반 플러스에너지 커뮤니티 통합모니터링 시스템.(사진=강민구 기자)
과거 건물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공간에 불과했다.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에너지연 연구진은 건물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남는 에너지를 다른 건물로 공급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었다.

이 건물에는 총 21.4kW의 신·재생에너지 생산설비뿐만 아니라 전기저장(BESS), 열저장(TESS), 잉여전기열변환(P2H), 히트펌프 활용기술들이 적용됐다. 계단을 이용해 지하실로 내려가자 배관과 연료전지 연계 온수급탕 시스템, 전기저장장치들로 내부가 채워져 있었다.

건물 바깥으로 나가자 다른 주거용 건물 1채와 비주거용 건물 2채가 보인다. 다른 건물들에도 지붕형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시스템(BIPV)과 벽면형 태양광열(BIPVT), 지열 냉난방 히트펌프와 같은 기술이 적용됐다. 일반적으로 지붕에 무거운 태양광 패널을 채워놓은 것과 달리 건물과 색상(하얀색)으로 조화를 이루거나 벽면 사이의 공간을 활용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김종규 박사는 “최대한 심미적인 요소를 가미해 설계하고자 했다”며 “신재생에너지들을 적용하면서 건물과 조화를 이룬 부분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함께 모여 있는 이 건물들은 단독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연결돼 작은 마을처럼 전력을 생산하고, 공급하도록 설계됐다. 주거용 건물에서 검증한 결과 현재 144%의 에너지 자립률을 보이고 있다. 내가 원하는 에너지를 100% 사용하면서 남는 에너지 44%는 이웃이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에너지연은 오는 8월까지 모든 건물에 대한 리모델링을 마쳐 에너지 자립 가능성과 소비 내역을 점검할 계획이다. 밝은 회색, 하얀색 등 색깔이 있는 태양광 패널 제작에 코오롱글로벌, 신성이엔지, 에이비엠 등의 기업도 힘을 보태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적용한 건물.(사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러한 에너지 주거환경은 언제쯤 실제 활용할 수 있을까. 연구진에 의하면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커뮤니티 기술로 활용 가능한지 검증하는 단계에 있다. 아직 경제성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리모델링 비용만 3억 5000만원 가량 소요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실제 투입 대비 비용을 회수하기까지 약 20여년이 필요하다. 보다 효율이 높은 연료전지와 태양광 패널도 도입해 경제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에너지연은 이번 연구결과를 활용해 앞으로 도시재생을 통한 에너지자립률을 높이고, 공공부지나 노후 캠퍼스에 도시 에너지공급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신도시 에너지 자립화 기반을 만들 계획이다.

김종남 에너지연 원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커뮤니티 에너지의 자가소비율을 높이는 실증을 통해 제로에너지 커뮤니티 모델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재생에너지의 도시보급을 높이고, 탄소중립과 그린뉴딜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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