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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 선물한 日외무상에…박진 "한일관계, 하모니낼 것"

정다슬 기자I 2022.06.10 20:05:48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日 통렬한 반성과 사죄 필요"
美블링컨와 "토니라 불러달라" "진이라 불러달라"
中왕이에 "中도 규범과 가치 지키면 IPEF 동참가능"

박진 외교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40대 외교부 장관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만남에서 하모니카를 선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일 국교 정상화 후 역대 최악의 관계로 일컬어지는 한일 관계를 회복하자는 양 외교수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하모니카를 연습하고 있다. 하모니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 외교가에 따르면, 박 장관은 지난 9일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 한병철 전 인권위원장, 조태열 전 유엔 대사 등이 참석한 오찬 모임에서 강연자로 나서 이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박 장관은 지난달 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특사 자격으로 윤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 차 방한한 하야시 외무상과 만찬을 함께 하며 양국간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박 장관에 따르면, 당시 그는 당시 하야시 장관에게 “우리 현안 문제를 당연히 풀어야 하지만, 김포-하네다 노선 하늘길부터 먼저 뚫자고 제안했다”며 “지금 하루 2만명 이렇게 입국 쿼터를 받고 있는데 이를 계속 늘려갈 예정이고, 비자도 조속한 시일 내 면제가 되면 과거처럼 한일간 경제·통상은 물론이고 인적 교류, 관광, 문화, 학술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교류가 이뤄지다 보면 양국 국민들 간에 상호 인식이 개선되고 그것이 현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다행히 양국간 여론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서 참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야시 외무상이 자신은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야기에 박 장관은 “이제 한일간 불협화음을 내지 말고 제대로 된 화음을 내보자”라고 얘기를 꺼냈고, 하야시 외무상은 선물로 하모니카를 선물했다고 한다.

다만 박 장관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의 통렬한 반성과 사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를 애매하게 넘어갈 생각은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일본과는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파트너십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생각”이라며 “과거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계승·발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사 문제는) 한일 양국간 외교적으로 앞으로 돌다리를 두들겨가면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미 관계와 관련해서는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진’과 ‘토니’라고 애칭을 부르게 된 것도 소개했다. 화상 회담 후 블링컨 장관이 퍼스트 네임인 토니로 자신을 보내달라고 했고, 박 장관이 자신을 진이라고 부르라고 했다는 것. 그는 “우리가 ‘진-토니’ 관계가 됐다”며 “이번에 가면 진-토니 관계를 잘 가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관은 오는 12일 미국을 방한, 13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

지난달 16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화상 회담과 관련해서는, “상호 존중을 하고 국익과 원칙에 따라서 좋은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중국은 늘 우리의 핵심이익을 존중해달라고 하지만,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한국의 핵심이익을 중국이 존중하지 않으면 그것이 어떻게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있겠느냐”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 디커플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외교부의 발표에 따르면, 당시 왕 부장은 “디커플링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박 장관은 “중국이 우려가지고 있다는 거 인식을 하고 있고 앞으로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경제 프레임워크(IPEF)을 추진하는 것은 중국이라는 나라를 겨냥해서 견제하고 소외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중국도 규범과 가치를 지키면 얼마든지 동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박 장관은 IPEF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시도라는 지적에 “중국이 그런 규범과 질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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