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美中 신냉전 이번엔 '공중전'…中 하늘길 막자 美도 보복

방성훈 기자I 2020.06.04 14:28:53

美 “中여객기 취항 금지"…美항공사 운항 불허에 맞불
美정부, 中기업·언론 제재 확대 등 전방위적 압박↑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뉴욕 특파원 방성훈 기자] 미중간 힘겨루기가 ‘공중전’으로 확전했다. 미국 정부는 3일(현지시간) 중국 기업 및 국영 언론 매체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데 이어, 중국 항공사 소속 여객기의 미국 취항을 금지했다. 미국과 중국이 군사·경제·외교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 부문에서 양국 간 하늘길마저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美 “中여객기 취항 금지“…美항공사 운항 불허에 맞불

미국 교통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는 16일부터 중국 항공사 소속 여객기의 미국 운항을 금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항공당국이 미국 항공사들의 중국 노선 재개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보복이다. 다만 중국 본토 항공사에만 해당하며 홍콩 항공사는 열외다. 이에 따라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과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하이난항공 등 4개 중국 항공사는 미국 취항이 전면 제한된다.

교통부는 성명에서 “양국의 항공사 쌍방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중국 당국이 우리 항공사를 허용하는 대로 같은 규모로 중국 항공기 운항을 허용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중국측 운항제한에 따른 보복임을 분명히 했다. 교통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16일 이전에도 이번 조치가 발효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 1월 말 중국에 체류한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하지만 중국 항공사의 미국 취항에 대해선 그 어떤 제한도 두지 않았다. 반면 중국은 지난 3월 28일부터 중국으로 향하는 모든 국제 항공편을 항공사 한 곳당 1개 도시 주 1회로 제한하는 ‘1사 1노선’ 정책을 시행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양국 간엔 주당 325편의 여객기가 오갔으나, 지난 2월 중순 이후엔 중국 항공사 20여 노선만 운항됐다.

미국 항공사들은 중국이 제재하기 이전부터 수요 감소를 이유로 자체적으로 중국 운항을 자제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봉쇄 조치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자 이달부터 중국 노선 재개를 추진했다. 그러나 중국 항공당국이 여전히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미 교통부는 그간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 항공사가 6월부터 중국 재취항을 원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막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해왔다.

◇美정부, 軍·경제·외교 등 전방위적 對中 압박↑

이번 조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한창인 가운데 나왔다. 양국 간 갈등은 군사, 경제, 외교 등 다방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2일 중국에 대한 범정부적 전략을 담은 보고서도 미 의회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국방뿐 아니라 경제와 외교 등 전방위적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사실상 중국에 신냉전 시대를 선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은 톈안먼사태 31주년을 전후해 최근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특히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도 미 상무부는 ‘거래제한’ 명단에 올린 중국 기업·기관에 대한 제재를 오는 5일부터 발효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달 22일 대량살상무기(WMD) 및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33개 중국기업과 기관을 ‘블랙리스트’로 지정했다. 제재가 발효하면 해당 기업·기관은 미국 정부의 허가가 없으면 미국 기술에 접근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미 상무부는 또 ‘중국 제조 2025’의 상징인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지난해 블랙리스트에 올린데 이어 지난달 15일엔 더욱 강화한 규제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언론사에 대한 규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중국중앙방송(CCTV)과 중국신문사(CNS)를 포함한 중국 국영 매체 4곳 이상을 외국사절단으로 추가 지정할 방침이다. CCTV는 중국 최대 국영방송이며 CNS는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국영 뉴스통신사다. 사절단으로 지정되면 미국내 자산을 등록해야 하며 새로운 자산을 취득할 때에는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시민권자를 비롯한 모든 직원의 명단도 제출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지난 2월 신화통신, CGTN, 중국국제방송, 중국일보 등 5개 매체를 중국 정부 외국사절단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미국 정부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중국 출신 일부 유학생을 제한하는 등의 방침도 추진하고 있다. 양국은 이외에도 코로나19 발원지 논란, 대만과 남중국해 영향력 확대, 최근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까지 다양한 군사·외교적 사안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 기업에 대한 보복 제재, 미국 농산물 구매 중단, 조지 플로이드 시위 비난 등으로 맞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 관계가 지난 30년 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날 발표한 미국 정부의 조치들이 “가장 최근의 신호”라고 평가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