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만 던지다 애매해진 與공수처 드라이브

이정현 기자I 2020.08.07 15:51:11

민주당, 공수처 몰아붙이다 부동산 역풍 앞에 멈칫
지지율 역전 코앞 “너무 나갔다” 자조 목소리
9월 국회 최대 쟁점… 원내 전략 다시 짜나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돌직구 식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강행해온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역풍을 맞아 곤혹스럽다. 공수처장 임명을 위한 후속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발판이 마련됐으나 지지율 하락에 더 밀어붙이기 애매해졌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권의 핵심 과제로 9월 정기국회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원내 전략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당내 의견이 나온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연일 야당에 공수처 설치에 협력을 촉구해오던 민주당 지도부가 7일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집중호우로 피해가 심각한 만큼 이해찬 당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공수처 관련 발언을 자제하고 신속한 복구와 이재민 지원 대책 등을 언급했다. 이형석 최고위원이 모두발언 말미 “미래통합당은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수처 출범에 협조하길 바란다”라고만 언급했다.

공수처 후속 3법 통과 직후 당 지도부가 내놓은 발언과는 결이 다르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7월 15일까지로 규정된 공수처 설치 법정 시한이 속절없이 늘어져 위법상태에 놓은 것은 전적으로 통합당의 책임”이라며 “늦어도 8월 국회 시작까지 추천위원을 선임하여 법적 책임을 다하기 바라며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을 위한 다른 대책을 세울 것”이라 압박한 바 있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의 원내 전략이었던 의석 기반의 밀어붙이기가 한계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전면에 내세워 일방적으로 입법 드라이브를 강행하다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총선 이후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는 민심을 체감하고 있다”며 “7월 임시국회서 너무 강하게 나간 게 아니냐는 일부 당내의견이 있는 건 사실”이라 말했다.

달라진 분위기는 통합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전날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도 하락세인 만큼 이대로 가다 자칫 내년 4월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까지 야당에 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8월 1주 차 주간 집계 결과 정 통합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3.1% 포인트 오른 34.8%, 민주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2.7%포인트 내린 35.6%다. 양당 지지도 격차는 0.8%포인트로 통합당 창당 이후 처음 오차범위 내 최소 격차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일~5일 18세 이상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공수처 설치는 9월 정기국회 최대 쟁점사안이다. 통합당이 거부 입장을 굽히지 않고 민주당이 다시 강행할 경우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협치를 강조하는 당내 온건파의 목소리에 조금씩 무게가 실리나 강경파는 여전히 완고하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의 해임을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건의하며 “검찰개혁은 공수처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공수처로 시작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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