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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이 긴박한 때에"…커 보이는 총리·부총리의 빈 자리

임애신 기자I 2022.03.08 16:15:23

김부겸 총리 9일, 홍남기 부총리 11일까지 재택치료
외부일정 모두 접고, 전화·이메일 등 비대면업무 처리
확대간부회의·부동산관계장관회의 등 잇달아 취소
대선·러시아發 대내외 경제위기 심화…해결과제 산적

[세종=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일시적으로 국정 운영에서 한 발 물러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이 두 수장에게도 찾아와서다.

8일 국무총리실과 기재부에 따르면 김부겸 총리는 재택 치료를 마치고 오는 10일, 홍남기 부총리는 12일 각각 정상 근무를 시작한다.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 국회 본회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왼쪽)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여느 때보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9일 대통령 선거라는 국가적인 큰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의 부재가 업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화·이메일 등 비대면 업무 중”

홍 부총리는 지난 5일 몸에 이상을 느끼고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고, 다음 날인 6일 오전 확진 통보를 받았다. 홍 부총리는 오는 11일까지 세종 자택에 머물며 재택 치료를 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이번 주 홍 부총리의 외부 일정은 전면 중단됐다. 홍 부총리가 주재하는 기재부 확대간부회의는 취소됐고, 금요일에 열리는 부동산시장 점검관계장관회의도 열리지 않는다. 이날 열린 국무회의와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현지 재경관 영상회의는 홍 부총리 대신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이 주재했다. 홍 부총리는 비대면과 유선 등으로 볼 수 있는 업무를 자택에서 소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확진 판정을 받은 김부겸 국무총리는 9일까지 총리 공관에 머물며 비대면 업무를 한다. 김 총리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열린 2.28 민주운동 기념식 참석 뒤 이달 2일 밤부터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어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한 결과 양성이 나왔다. 이후 PCR 검사에서 코로나19 확진이 확인됐다.

김 총리는 대면 접촉이 필요한 현장 방문과 간담회 참석 등 모든 일정을 연기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재택치료 기간에도 전화나 화상회의, 온라인을 통해 각종 보고와 현안업무를 챙기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확진자의 고통과 불편을 직접 겪고 공감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러, 우크라 침공에 대내외 경기 비상

홍 부총리가 지난해 4월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사퇴로 직무대행 업무를 한 적은 있지만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가 동시에 비우는 경우는 처음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 총리와 홍 부총리가 비슷한 시기에 확진됐지만 두 사람 모두 공백인 날은 나흘에 불과하다”며 “김 총리가 목요일에 복귀하고, 홍 부총리가 토요일 정상 업무를 시작하면 큰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려섞인 시각도 있다. 9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국내에선 역대 두 번째로 큰 산불 피해가 발생했다. 대외적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대선 전후엔 정부부처 개각 가능성 등으로 가장 어수선 시기인데 국내외 이슈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그 어느 때보다 급박한 시기에 경제부총리의 부재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KDI는 `3월 경제동향`을 통해 우리 경제에 대해 “대외 여건에 대한 우려로 경기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했다”며 “국제유가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로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에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이라고 진단했다.

(자료=KDI)


국제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러시아 사태로 지정학적 위험이 심화하며 두바이유는 7일 기준 배럴당 118달러를 넘어섰다. 문제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 방안 중 하나로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가 시행되면 국제유가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올해 유가에 대해 JP모건은 배럴당 185달러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휘발윳값을 비롯해 국내 석유가격 상승을 야기한다.

유가와 더불어 곡물 등 다른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것도 물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기업의 비용이 커지면서 가공식품 등 제조업 상품 전반의 가격이 줄줄이 올라가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 부담으로 돌아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3.6%, 2월 3.7%로 4%대 상승을 목전에 두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2011년 12월(4.2%)이 마지막이다.

교역 위축도 우려대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코로나19와 대(對)러시아 제재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은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소비 감소로 이어져 성장률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길어지면서 시장에도 공포감이 퍼지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33원까지 오르면서 지난 2020년 5월 28일(1240.40원) 이후 처음으로 1230원대에 올라섰다. 대내외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자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물리적으로 모여서 하는 업무는 못 하지만 실·국에서 올린 보고서를 결재하고 이메일로 답하는 등 업무 결정을 해주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며 “다음 주부터는 정상 업무 체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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