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이자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원로 인사인 백낙청(83) 서울대 명예교수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날 선 비판과 함께 내년 20대 대선에서 선출될 새 정부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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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문 대통령은 초심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유능한 정치인이기에 지금도 마음은 그대로일 것”이라며 “문제는 더불어민주당과 문 대통령 주변의 사람들로, 문재인 정부 초반부터 이들이 진심으로 촛불혁명을 이어받겠다는 마음이 얼마나 있었는지 확실치 않고, 지금은 그런 생각도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현재 국민이 바라는 것은 ‘차기 민주당 정부’가 아닌 ‘2기 촛불정부’라는 점을 민주당이 간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촛불혁명을 일으켰던 국민은 여전히 남아 있는 적폐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는 ‘2기 촛불정부’를 바라고 있는데, 민주당은 정권 창출을 통한 ‘차기 민주당 정부’를 꾸리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라며 “이는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돌파해야 할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백 교수가 밝힌 촛불혁명의 성과는 “사회의 어두운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차기 정부의 과제로는 촛불혁명을 통해 제기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문제를 꼽았다. 백 교수는 “촛불혁명을 통해 우리 사회는 이미 체질이 바뀌었다”며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더라도 ‘2기 촛불정부’로서의 의지가 없다면 혁명은 실패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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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백 교수의 발언은 신간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에 담긴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백 교수는 이번 책에서 근대에 적응하며 동시에 극복해야 한다는 ‘이중과제론’과 함께 기존 통일의 개념을 새롭게 바라보는 ‘한반도식 나라만들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와 차기 정부에 대한 과제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백 교수가 사회비평서를 낸 것은 2012년 총선과 대선 직전 펴낸 ‘2013년 체제 만들기’ 이후 9년 만이다.
한편 백 교수는 이날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 “선인이든 악인이든 죽음 앞에서는 일단 말을 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백 교수는 자신이 1966년 창간한 ‘창작과비평’이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기인 1980년대 폐간되는 등 여러 고초를 겪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