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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韓역사 바로 잡아야 진짜 광복…세계인 심장에 제2독립기념관 만들때"

이정훈 기자I 2019.02.19 12:28:29

[3.1정신 잇는 사람들]③반크 박기태 단장 인터뷰
3.1운동 100주년 맞아 7개국어로 독립선언서 번역
"5년내 30개 언어로…청소년들 21세기 독립운동가로"
"정기후원자 500명 수준…3000명까지만 늘었으면"

박기태 반크 단장 (사진= 이정훈 기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일본이 왜곡·날조한 우리 역사가 전세계 교과서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진정한 광복은 이뤄지지 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이제는 컨텐츠를 통해 제2의 독립기념관을 70억 세계인의 심장에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독도 우리 땅 알리기와 동해 병기 운동으로 이름을 알렸던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를 이끌고 있는 박기태 단장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우리 선조들의 독립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기미독립선언서를 외국어로 번역, 전세계에 알리는 작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박 단장은 지난 17일 보문동 반크 사무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과거에 전세계에 퍼뜨린 내용들이 외국 초·중·고교 교과서에 실려 그 내용이 세계인들의 머릿 속에 남아있는 한 진정한 광복이 되지 않았다고 본다”며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21세기 독립운동가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제는 총칼이 아닌 문화컨텐츠로 독립운동 선열들의 꿈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크는 현재 회원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해외로 나가거나 외국인만 만나는 우리 국민 누구나가 자신의 위치에서 홍보대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회원과 국민들이 외교사절단으로 활동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100종류의 홍보물을 만들어놓고 있다. 5분짜리 동영상만 해도 500개 이상이다. 지금까지 해외로 나가는 대학생 300만명에게 무상으로 홍보물을 제공해왔다.

특히 올해에는 기미독립선언서를 외국어로 번역하고 있다. 애초 개그맨 출신으로 한글문화연대를 이끌고 있는 정재환 대표는 과거 반크 홍보영상에서 내레이션을 맡았던 인연으로 박 단장과 지속적으로 친부관계를 유지해왔는데 박 단장이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朝鮮)의 독립국(獨立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宣言)하노라`로 시작되는 독립선언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 현대어로 바꿔야 겠다고 하자 정 대표가 이 일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 덕에 현대어 선언서를 토대로 7개 국어로 번역하는 일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박 단장은 “미국 독립선언문은 75개 언어로 번역돼 있다”며 “우리 선언서도 연내 4개 언어를 더 추가한 뒤 5년내에 30개 언어로 번역해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모두가 재능기부로 돈 한 푼 받지 않고 번역해줬다”며 “정부부처들조차 이런 작업을 하지 않았던 만큼 우리 스스로도 그 어느 국가적인 번역사업 못지 않게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번역사업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100년전 200만명이나 되는 선열들이 일제의 총구 앞에 맞섰지만 독립선언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모두가 의미없다고 봤다”며 “심지어 외국인들은 일제 치하에서 우리 민족이 저항조차 하지 않았다고 믿는 모습을 보면서 이같은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과 세계평화 기원 등의 정신을 세계에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반크가 1년에 교육하는 청소년수는 3000명에 이른다. 박 단장은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민족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도록 미션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21세기 독립운동가들로 키워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스스로도 준비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는 “나 스스로가 역사학 전공자도 아니었고 일본어를 전공한 사람이었다”며 “처음에는 여행업을 하기 원했을뿐 역사나 민족의식을 갖지도 않았지만 공부한 뒤 그보다 더 큰 일을 하고 싶어 이 일을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현재 반크의 상근 직원은 5명에 불과하지만 15만명이 넘는 회원이 있고 청소년과 대학생 등이 자원봉사까지 해주고 있다. 박 단장은 “넉넉하진않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원없이 해왔던 만큼 앞으로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예산이나 인력, 조직 걱정은 과거 독립운동가들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들은 시골 작은 공간을 임시정부라고 부르고 그 안에서 민주공화제를 꿈꿨고 세계인의 열망을 표현했다”며 “우리도 넉넉진 않지만 그동안 하고자 하던 일을 원없이 했던 만큼 앞으로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낙관했다.

박 단장은 “특별행사를 개최하는 것보다 컨텐츠를 제작하는 게 쉽게 독립운동 정신을 전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해 이를 역점사업으로 삼고 있다”며 “우리 자료가 여러 곳에서 잘 쓰이고 있어서 보람되게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만 이같은 활동을 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재원이다. 박 단장도 “초기 대형 스폰서들이 사라지면서 학생들부터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500명 정도의 정기 후원자를 확보했다”며 “지금도 한달 40~50명 정도 늘어나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최대 3000명까지 늘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박 단장은 “1980년대에 처음으로 일본이 역사 교과서에 `한국을 도와주기 위해 지배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게 드러났고 그에 분노한 한국민들이 모든 500억원이 독립기념관이 됐다”며 “일본 스스로 반성하는 걸 바라기 어려운 만큼 이제는 제2의 독립기념관을 70억 세계인의 심장에 만들어야할 때”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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