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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렸다”vs“올랐다”‥못 믿을 월세 시세

김동욱 기자I 2014.06.25 17:12:39

감정원 "서울·수도권 월세시세 하락 뚜렷"
통계청 월세지수‥서울 월세지수 2006년 이후 줄곧 상승
지수 산출 방식 차이‥월세지수 제각각
정부, 새 월세지수 개발 박차‥전월세 확정일자 자료 활용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감정원은 서울·수도권과 지방광역시 등 8개 시도의 월세가격을 조사해 매달 결과치를 발표한다. 이른바 ‘월세가격지수’다.

100을 기준으로 표시되는 이 지수의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가령 서울의 지난 1월 월세가격지수는 97.4였는데 5월에는 이 지수가 96.4로 1포인트 내렸다. 지수 하락을 근거로 서울의 월셋값이 조정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월세지수를 보면 시장 상황을 정반대로 해석해야 한다. 서울·수도권 월셋값이 내림세라고 해석한 감정원과 달리 통계청의 서울·수도권 월세지수는 상승세가 뚜렷하다. 어떤 통계를 인용하느냐에 따라 시장 상황을 입맛대로 해석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 통계기관 따라 월세 시세 달라

▲감정원·통계청이 발표한 서울 월세지수
한국감정원 통계를 인용하면 현재 서울·수도권 월세시장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감정원이 발표한 서울·수도권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4개월 연속 떨어졌다. 이 기간 월세지수는 100에서 96.4로 3.6포인트 내렸다. 서울 강남의 경우 이 기간 99에서 94.8로 4.2포인트 떨어져 하락 폭이 더 컸다. 경기지역은 지난해 2월부터 15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 월세지수는 100.7에서 98.5로 2.2포인트 내렸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지수 하락 폭이 미미하긴 하지만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지는 등 월셋집 공급이 늘어나면서 월셋값도 내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계청의 집세지수를 보면 서울·수도권 월세시장 상황은 정반대다. 집세지수는 매달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동향에 포함된 항목 중 하나다. 5월 기준 서울 월세지수는 109.5로 1월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상승 폭은 크지 않지만 서울의 월세지수는 2006년(91) 이후 줄곧 올랐다. 지난해 1월(107.5)과 비교하면 2포인트 상승했다. 경기지역(5월 106.69)은 올 들어 0.2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월(105.31)과 비교하면 1.4포인트 오른 것이다. 감정원은 이 기간 서울의 월세지수는 3.5포인트, 경기는 2포인트 각각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양측 모두 통계를 생산해내는 정부기관이지만 상반된 결과치를 내놓은 것이다.

◇ 월세지수 ‘오락가락’ 왜?

한국감정원과 통계청이 내놓는 월세시세가 다른 이유는 월세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다만 같은 지수를 두 기관이 다르게 발표하게 되면 어느 쪽 통계를 인용하느냐에 따라 시장 상황을 정반대로 해석할 여지가 커진다는 점에서 월세지수 산출방식을 통일하거나 더 공신력 있는 지수를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은 수도권·지방광역시 등 전국 8개 시·도에서 월세로 살고 있는 3000가구를 기준으로 삼아 지수를 매긴다. 매달 감정원에 속해 있는 조사원들이 표본으로 선정된 3000가구의 월셋값·월세보증금·전셋값 등 3가지를 조사한다. 3000가구 중 실제 거래된 금액을 통계에 반영하되 거래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표본주택과 비슷한 유형의 거래 사례를 참고한다.

감정원은 월셋값·월세보증금·전셋값을 조사해 완전 월세액을 계산한다. 가령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48만원인 다세대 주택에 대해 완전 월셋값(전셋값 1억원·전월세전환율 0.8%)을 구하면 80만원 가량이다. 감정원은 3000가구에 대해 완전 월셋값을 산출해 매달 월세지수를 만든다. 완전 월셋값이 오르면 지수도 함께 상승하는 식이다. 감정원은 이런 식으로 해서 지역·유형·규모별 월세지수를 산출해낸다.

반면 통계청은 전국의 1만가구를 표본으로 해 전·월세지수를 산출한다. 1만가구 중 월세에 사는 5000가구가 월세지수 산출에 이용된다. 지수를 산출하는 데 이용되는 표본 수는 통계청이 감정원보다 더 많은 셈이다. 아울러 통계청은 5000가구 중 실제 재계약된 거래만을 가지고 지수를 산정한다. 감정원은 거래가 되지 않았더라도 지수를 산출할 때 주변 시세를 고려하지만 통계청은 오직 거래된 건수만을 기준으로 한다. 이렇다 보니 표본 수는 5000가구로 감정원보다 많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 거래된 가격만 통계에 반영되면서 전체 시장 상황과는 반대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 정부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 활용한 지수 개발”

수요자들도 두 기관이 내놓는 상반된 결과 때문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준원(31)씨는 “언론에서 월셋값이 많이 내렸다고 해 저렴한 월셋집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다”며 “오히려 집주인들은 보증금은 내리는 대신 월세는 더 받으려고 해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월셋값 하락을 전혀 체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해 말부터 새로운 월세지수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를 활용할 예정이다. 다양한 거래 사례를 활용할 수 있어 지수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재는 일부 표본가구만을 가지고 지수를 산출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를 활용하면 거래 사례가 다양해져 월세지수도 더 정교하게 다듬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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