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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 View]부동산정책, 가격을 이길 순 없다

권소현 기자I 2022.04.11 14:02:31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부동산 규제 완화가 눈앞에 왔다. 정치권이 개정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진 민주당은 선거 패배의 최대 원인을 부동산으로 보고 있다. 집값이 오른데다, 과다한 세금 부과로 주택 보유자가 화가 났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줄이고, 다주택자에 대한 과대 양도세 부과를 일정 기간 유예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승리한 국민의 힘은 주택시장 규제 전반을 재조정한다는 목표 아래 정책 수정에 나섰다.

부동산 규제를 크게 완화할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는 새 정부 이상으로 부동산 민심의 도움을 받아 선거에서 승리했다. 2003~2006년에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노무현정부에 대한 광범위한 민심 이반이 일어났다. 각종 선거에서 집권당이 참패했고, 주택가격이 한창 오르던 2006년에는 대통령 지지율이 12%까지 내려올 정도였다.

이명박정부 출범 6개월 만에 첫 번째 규제 완화 조치가 나왔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높이고,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해 취득세를 경감해 주는 내용이었다. 종부세 부과 대상을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올리고, 세율을 1~3%에서 0.5~1%로 낮추는 개편안도 이즈음 발표됐다. 다른 규제는 여전히 남았다. 강남을 투기제한구역에서 해제한 게 정권 4년 차인 2011년이었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무렵이었다.

이렇게 규제 완화에 시간이 걸린 건 부동산이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이명박정부 첫 해에 내놓은 종부세 완화 정책이 ‘부자감세’라는 반발을 불러 일으키자, 정부가 서둘러 임대주택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반대 쪽을 의식한 건데 한쪽만을 보고 정책을 만들 수 없다는 걸 보여준 사례였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두려움도 정책 수정을 늦추는 역할을 했다. 규제를 완화했다가 집값이 오르면 이전 정부보다 더 큰 비난을 받을 수 있어 과감한 정책 변경을 하지 못했다.

당시 정치적 환경은 어땠을까? 이명박정부 때에는 한나라당 153석(51.1%)을 포함해 보수진영이 200석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2년간은 야당이 절대 다수다. 선거 결과도 차이가 크다. 이명박 대통령은 차점자보다 530만표를 더 얻고 당선됐다. 이번은 심상정 후보를 더하면 당선자가 얻은 표가 더 적다. 미래 여당이 독자적인 정책을 펼 공간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시행되면 집값이 오를까? 대선이 끝나자마자 집값이 들썩인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 압구정동 아파트가격이 15억원이나 뛰었고, 1기 신도시의 매물이 사라졌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명박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고, 규제도 완화할 것이니 오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임기 첫해에 여러 대책이 나왔고, 뉴타운 열풍이 서울지역을 휩쓸었지만 가격이 움직이지 않았다. 매월 지방에서 사상 최대의 미분양이 발생했고, 수도권 주택가격도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락 압력이 컸기 때문인데, 임기 4년 차인 2011년부터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해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이 30% 넘게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선이 끝나고 3주간 부동산가격이 큰 변동이 없었다. 재료가 발생한 초기에 가격이 가장 크게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사정이 이렇게 된 건 가격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문제가 된 2018년 이후 집값을 잡기 위한 정책이 수없이 나왔지만 역할을 하지 못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건 사람들이 높은 집값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데, 동일한 영향이 지금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 규제 완화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매개체가 될지 아니면 정부의 한계만 드러낼지 아직 알 수 없다. 현재 예상으로는 정부의 한계만 드러내는 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정책도 가격을 이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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