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한 후보 무조건 안 뽑는다”...‘공해’된 선거 전화

심영주 기자I 2022.05.27 16:56:07

선거 앞두고 전화·문자 폭탄
개인정보 유출 우려 목소리도
수신 원치 않는 유권자는 따로 요청해야

[이데일리TV 심영주 기자] 서울에 사는 한모(57세)씨는 최근 집 전화를 없애기로 결심했다. 집 전화 사용량이 줄긴 했어도 급할 때 요긴하게 쓰던 터라 굳이 없애지 않았는데 최근 여론조사와 선거 홍보 전화가 쏟아지면서 마음을 바꿨다. 한씨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전화가 울리니까 진짜 미치겠다”며 “진짜 필요한 연락보다 이런 전화가 오는 일이 더 많으니 이참에 집 전화를 없앨 생각”이라고 말했다.

6·1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쏟아지는 선거 유세 전화와 문자 메시지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타 선거구 후보자들까지 무분별하게 연락을 돌리는 탓에 유권자 사이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제1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직장인 정모(29세)씨도 쏟아지는 선거 전화와 문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씨는 “한창 일에 집중하고 있거나 쉬고 있는데 연락이 계속 오니까 크게 방해가 된다”며 “업무 관련 전화일 수도 있어서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도 다 받고 있는데 정말 짜증이 날 때가 많다”고 호소했다. 정씨는 그러면서 “시도 때도 없이 홍보 전화를 하면 오히려 반감만 생기고 표를 주기 싫어진다”고 덧붙였다.

타지역 후보자가 보내는 연락에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유권자도 있다.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김모(30세)씨는 “연고도 없는 다른 지역 후보자들의 연락도 오는데 대체 내 번호를 어떻게 안 것인지 모르겠다”며 “개인정보가 유출이 된 것 같아 찜찜하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도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나한테 선거 관련 전화한 사람은 무조건 안 찍는다”고 벼르었다. 이 외에도 “민원 같은 건 잘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선거) 전화는 진짜 많이 온다”, “연락 오는 거 계산했다가 적게 한 사람한테 투표하겠다”, “효과가 있긴 한 거냐. 부작용이 더 할 것” 등 반응이 나왔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후보자가 선거 운동을 위해 ARS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유권자에게 보내는 것은 합법이다. 횟수 제한도 없다. 문자의 경우 발송 시스템을 이용해 대량으로 발송할 경우 유권자 1명에 최대 8번까지 문자를 보낼 수 있지만,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한꺼번에 20인 이하에게 문자를 보내는 경우에는 무제한 가능하다. ARS 전화도 마찬가지다.

유권자 번호 수집도 합법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당 및 여론조사 기관이 공표·보도를 목적으로 통신사로부터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요청할 수 있다. 통신사는 유권자 연락처를 성별, 연령, 지역별로 추출해 유권자 번호를 가상번호로 변환, 제공해야 한다.

한편 선거 유세 연락을 원하지 않는 유권자는 후보자 측에 수신 거부 의사를 표시하거나 해당 이동통신사에 전화해 ‘안심번호 제공 거부’를 요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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